[취재수첩] 28사단 軍법정에 걸린 보라색 리본
5일 오전 경기 양주시 육군 제28사단 보통군사법원 앞에 관광버스 두 대가 섰다.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 4차 공판을 보려는 시민감시단 80여명이 버스에서 내렸다. 약간의 실랑이 끝에 좁은 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피고석에 이모 병장(25) 등 다섯 가해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앉아 있었다.

공판은 싱겁게 끝났다. 군검찰은 이 병장의 혐의에 강제추행죄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관은 “사건 당일 이 병장이 윤 일병에게 강압적으로 안티푸라민을 성기에 바르도록 한 행위를 강제 추행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방청객 중에는 아들을 군에 보냈을 법한 중년 여성들이 많았다. 재판이 끝나고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재수 없게 걸린 게 아니라 진짜 잘못한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뻔뻔히 얼굴을 들고 있어…. 아버지가 대단하신 분이라고 (협박)했답니다. 조폭.” 성토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앳된 모습의 가해자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헌병이 방청객을 모두 퇴장시키는 데 10여분이 걸렸다. 부천에서 온 김민식, 김미옥 씨 부부는 고등학생과 대학교 1학년인 두 아들이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다고 했다. 김민식 씨는 “무거운 벌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김율 씨(27·여)는 스물한 살 된 남동생 생각이 나 친구 두 명과 버스에 올랐다고 했다.

이 사건을 폭로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8사단이 재판을 제대로 할 의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군 형법상 재판관은 법무관이 아니라 사단장이 임명하는 일반보직 영관급 군인이 맡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 사건 재판관인 이명주 대령은 사단 행정부사단장이다. 군검찰관도 부임 후 처음으로 사건을 맡은 신참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군사재판을 민간 법관이 맡거나 군사 재판 자체를 없애는 방식으로 법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시퍼렇게 멍이 든 채 숨진 윤 일병을 기리는 마음에서 보라색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리본을 달았다. 서울 성수동에서 왔다는 김모씨(53)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기자에게 한 인터넷 게시물을 소개했다. “폭발하니 임 병장(GOP총기난사 사건 가해자)이 되고, 참으니 윤 일병처럼 되는 게 군대라고 합니다.”

김대훈 양주/정치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