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보다 더 무서운 '괴담 바이러스'
“덕성여대 국제행사에 에볼라 감염자가 참석했다.”

“에볼라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만든 바이러스라서 치료법이 없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출혈열이 크게 유행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근거 없는 ‘에볼라 괴담’이 퍼지고 있다. 정권의 독재를 위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이용할 것이라든지, 제약사들이 담합해 에볼라 치료제를 일부러 만들지 않고 있다는 헛소문 등이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CIA의 생화학 무기 제조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루머까지 돈다.

최근 며칠간은 에볼라가 홍콩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얘기도 퍼졌다. 홍콩에서 1명이 의심증세를 보여 격리 조치됐지만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명된 것이 ‘홍콩 확산설’로 부풀려진 것이다. 직장인 김미령 씨(29)는 “SNS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 보면 지금 내 주변에도 에볼라 감염자가 걸어 다니고 있을 것 같아 무섭고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SNS를 통해 근거 없는 괴담들이 만들어지고 퍼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유병언 사망이 확인된 직후엔 시체가 바꿔치기됐다거나 경찰이 사망 발표 시점을 일부러 늦춘 것이라는 주장이나 소문이 검증된 사실인 것처럼 퍼졌다. 정부가 의료 민영화 추진을 ‘물타기’ 하기 위해 의료법인 자회사의 영리사업 허용 입법예고 종료 시점에 맞춰 사망 사실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의료 민영화가 되면 맹장수술을 받는 데 3000만원이 든다는 소문도 함께 돌았다.

최근엔 에볼라 바이러스가 음식을 통해서도 옮는다는 잘못된 정보가 SNS를 통해 유포됐다. 불안해진 소비자들의 건의가 속출했고 몇몇 대형마트는 서아프리카산 수산물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괴담으로 생겨난 불필요한 경제적 피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에볼라는 환자와의 직접접촉으로 전파된다”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퍼지면서 국민들의 일상생활이 불안감으로 위축되고 경제활동 또한 어려워질까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괴담문화의 근원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도 몇 달째 못 막고 있는 정부가 에볼라를 어떻게 막겠느냐”는 식의 글이 SNS에서 흔히 보인다. 정부의 허술한 대응으로 피해가 불어난 세월호 사고를 겪으며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근거 없고 무책임한 괴담이 늘어날수록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진다. 불신으로 만들어진 괴담이 더 큰 불신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이미 한국은 광우병과 AI 괴담으로 엄청난 국력을 낭비한 경험이 있다. 괴담을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고 악용하는 세력도 문제지만 무조건 “믿으라” “안심하라” “이성적으로 생각하라”며 일방적으로 국민들을 압박하는 것만으로는 괴담을 막을 수 없다. 정부가 대응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 국민들을 차분하게 설득하는 것만이 답이다.

고은이 경제부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