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에 적용할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말도 많은 유보금 과세를 위해 이른바 3종세트 세제를 도입한 것이 단연 눈에 띈다. 내년부터 당기순이익에서 투자·임금·배당으로 쓰는 돈이 일정 기준치보다 적으면 10%의 세율로 법인세를 추가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임금을 올리면 증가분의 10%(대기업은 5%)만큼 세액공제하고, 배당 확대를 위해 원천징수세율을 14%에서 9%로 낮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재부는 2년 여유를 두어 2017년 3월부터 과세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적용대상 기업이 4000곳이나 되는 만큼 국회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도 비슷한 과세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과세(AET)는 기본적으로 비상장사의 배당세 탈루를 막는 것이 목적일 뿐 소득환류와는 상관이 없다. 가계소득 확대효과도 크지 않다는 게 민간연구소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유보금을 통한 임금 인상은 대기업 근로자만 혜택을 볼 뿐, 어지간한 중견기업과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 근로자에겐 소외감만 높일 뿐이다. 더구나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소득도 문제다. 해외 이익은 장부에만 표기될 뿐, 실제론 해외에 보관돼 있고 그 과세권도 주재국 우선이라는 게 이만우 고려대 교수(경영학과)의 지적(본지 8월6일자 A30면)이다.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벌어질 사안이라고 말해 결과가 주목된다.

배당소득에 대해 세율 인하와 분리과세 혜택을 준다는 것은 다소간의 형평성 문제가 없진않다하겠으나 당장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했을 것이다. 퇴직소득 과세 조정은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도록 40% 일괄공제하던 것을 퇴직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한다는 것이다. 고액 퇴직소득자에겐 증세다. 퇴직자가 일시금으로 받든 연금으로 받든 개인이 선택하면 그뿐인데, 정부가 연금방식을 우대한다는 뒷말을 듣게 된 것은 부담일 것이다. 비과세·감면도 늘어났다. 사연이야 있겠지만 세법이 더 복잡해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유보금 과세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개별소비세를 인하 또는 폐지하는 게 나을 것이다. 개별소비세는 그동안에도 이중적· 누진적 세제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냉장고 세탁기 자동차를 사치재로 볼 수는 없지 않나. 어떻든 세제개편은 언제나 논란거리다. 정부가 추정한 이상의 실질적인 경기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