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뒷말 많은 대우證 사장 '경질'
“산은지주가 대우증권 사장을 교체하려는 건 적반하장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산업은행부터 부실대출로 무너진 STX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이 갑자기 사임한 뒤 ‘후임이 누가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언성부터 높였다. “(위쪽에서) 후임을 이미 정해 놨을 텐데 예상은 무슨 예상이냐”고도 했다.

김 전 사장은 지난달 29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다. 하지만 대주주인 산은지주가 유력한 후임자가 있어 서둘러 그를 ‘경질’한 것이라는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임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았고, 내세울 만한 공적은 없어도 특별한 대과도 없다는 평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정권 실세를 등에 업은 한 인사를 앉히기 위해 급하게 ‘찍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불거지는 이유다.

산은의 해명은 이런 말들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산은은 2011년 벌어진 고섬 사태에 부실하게 대응한 게 첫 번째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김 전 사장은 한참 뒤인 2012년 6월 말 취임했다. 고섬 사태는 2011년 코스닥에 상장한 중국 섬유기업 고섬이 회계부정 논란으로 3개월 만에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일이다. 산은 측은 고섬 상장을 담당한 직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주문했으나 김 전 사장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부진 책임을 물은 것이라는 이유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우증권의 올 상반기 실적은 전체 증권사 중 1~2위를 다툴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대우증권은 한때 국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증권사로 꼽혔다. 지금은 소형 증권사들까지 ‘허수아비’ 취급한다. 국책은행 자회사로 손발이 묶인 탓이다.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느냐는 회사 안팎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증권의 앞날에 대해 이 증권계 인사는 우울한 전망을 빼놓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대우증권의 운명은 예측하기 힘듭니다. 자본시장의 첨병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조차 시장논리를 거스르니 어떤 곳인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정영효 증권부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