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좋아하는 걸까…사랑하는 걸까
에리히 프롬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라이크(like)’와 ‘러브(love)’를 좋아한다. 고양이는 쥐를 라이크(좋아)한다. 잡아먹으면 맛이 있으니까. 라이크 대신 러브를 넣어 보라. 괴상한 말이 돼 버릴 것이다. 우리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좋아한다는 말을 써왔지만, 그 뜻을 엄격히 따져보면 고양이와 쥐의 경우처럼 정반대 사례가 생겨날 수 있다. 좋아한다는 것은 물질적인 이익을 얻었을 때의 기쁨이다. 사랑이 좋아하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데 있다. 그러기에 사랑은 어둠이 있어야 비로소 볼 수 있는 별처럼 아픔을 통해서만 서로 만져볼 수 있는 지고한 희열인 것이다.

[책마을] 좋아하는 걸까…사랑하는 걸까
《읽고 싶은 이어령》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 이어령 선생(사진)의 글 중 순도 높은 글들만을 골라 엮은 책이다. 선생은 유려한 문체로 평범한 사실을 뒤집어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의 글에는 시대의 한계에 매몰되지 않는 보편성이 있다. 때문에 그의 글은 지금 여기의 문제를 꿰뚫는 생각의 화살이며 오늘의 젊은이에게 보내는 소통의 엽서다.

최인호 작가는 생전에 “이어령 선생님의 손에 들린 붓과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그 놀라운 혀는 손오공의 손에 들린 여의봉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