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누구의 바다인가
서정철·김인환 지음 / 김영사 / 356쪽 / 1만8000원
《동해는 누구의 바다인가》는 동해 연구와 고지도 수집에 40년 이상을 바친 서정철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와 김인환 이화여대 명예교수 부부의 연구 결과물이다. 이들의 결론은 “일본해란 이름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그것이 일본의 소유물이거나 일본과 특별한 인연이 있어야 하는데 그 바다는 한국, 북한, 러시아 등이 해안선을 공유하고 있으며 일본해라는 이름의 역사가 100여년밖에 되지 않아 일본 국명만 바다 이름에 붙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동해라는 이름의 어원을 찾기 위해 고지도와 고문서를 더듬어 찾는다. 1615년 포르투갈의 수학자이자 역사학자인 고디뉴 데 에레디아가 마카오에서 발간한 지도를 보면 에레디아는 한반도 동쪽 해역을 ‘한국해(Mar Coria)’라고 표시했다. 이후 지도들은 한국해 또는 동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여기서 나오는 동해는 한반도 동쪽을 가리키기도 하고 세계의 동쪽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송디, 구렌허, 쳉롱 등 중국 학자들은 “‘후한서’와 ‘산해경’ 등에서 이미 여진족들은 이곳을 동해라고 불렀다”며 동해 명칭의 역사성을 설명한다. 반면 일본에선 1870년까지 동해 해역을 지칭하는 주도적 명칭이 없었다.
여러 나라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바다로 나가던 시절, 지도는 운항과 항로 개척에 필수품이었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등 당대의 해양 국가들이 만든 지도를 보면 동해나 한국해 표현이 자주 보이는 동시에 일본해 표기도 늘어난다. 이런 경향은 18세기에서 19세기로 넘어가면서 더욱 짙어진다. 이 과정에서 현재 동중국해를 동해로 표시하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도 보인다.
이렇듯 저자는 세계 지도가 무조건 동해로 표기를 썼다는 식의 주장은 하지 않는다. 한국 입장에서 동해 문제를 다룬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해를 물리치고 동해로 대체하기 위해 책을 쓴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한국과 일본이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라면 동해와 일본해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얘기다.
책 마지막엔 동해 연구에 빠진 부부의 우여곡절이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유럽 각지 지도상을 찾아다니며 200여장의 지도를 모을 때 직장인의 1년치 봉급 정도 돈을 지도값으로 치르고, 유엔에서 동해 명칭 문제가 상정될 때 일본의 로비에 좌절한 이야기도 나온다. 한·일 문제로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우리 것을 얼마나 잘 알고 연구했는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