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동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미사를 갖기 전 한 어린이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5월 중동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미사를 갖기 전 한 어린이에게 입을 맞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오는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현장형 리더다. 평소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의 편이 되는 교회’를 강조하는 그답게 가는 곳마다 소탈하고 파격적인 행동으로 시선을 끈다. 지난 5월 중동을 방문했을 땐 팔레스타인의 가난한 기독교인 가족과 점심을 함께했고, 요르단에선 국왕의 만찬 초대를 사양하고 시리아 난민들과 함께했다. 지난해 7월 브라질 방문 때는 마약 소굴로 악명 높은 리우데자네이루 북부의 빈민촌을 찾아갔다.

세월호 유족·위안부 할머니…교황, 약자·빈자 곁으로
한국에서도 ‘낮은 곳’을 향하는 교황의 발걸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장애인은 물론 아픔과 갈등의 당사자들이 교황을 대거 만난다. 7일 정부와 천주교에 따르면 교황은 방한 이틀째인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한 뒤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나 아픔을 어루만진다.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집전할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 갈등 사례 당사자인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해군기지를 건설 중인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북한 천주교 관계자도 이날 미사에 초청한 상태다. 미사의 목적이 평화와 화해를 위한 기도라는 점을 감안해 일본 군국주의 피해자, 남북 분단 및 최근 한국 사회 갈등 문제와 관련된 사람을 다양하게 초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황은 또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해 이곳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날 꽃동네 사람들은 직접 그린 교황의 초상화, 손이 없어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 등을 교황에게 선물하고 환영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교황에게 환영의 꽃다발을 전달할 사람은 두 팔이 없는 소녀로, 수녀의 도움을 받아 꽃다발을 줄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이 15일 방문할 충남 당진 솔뫼성지는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로, 불임 부부들의 기도처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서 기도를 올린 뒤 아이를 낳은 부부 20여쌍도 아이들과 함께 교황 방문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외에도 교황이 만나는 사람은 많다. 도착 첫날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는 데 이어 주요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한다. 이날 저녁에는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로 이동해 천주교 주교단과 주교회의 직원들을 만나 연설한다. 청와대 인근 숙소인 주한 교황청대사관에서 만나도 될 주교들을 굳이 중곡동까지 찾아가 만나는 것은 그의 현장주의 때문이다. “주교들을 보려면 그들이 일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것.

15일에는 세종시에 있는 대전가톨릭대에서 가수 보아를 비롯해 제6회 아시아 가톨릭청년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청년 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하고, 오후에는 당진 솔뫼성지에서 청년대회 참가자들을 만나 대화를 한다. 16일에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에서 수십만명의 인파를 만나고, 이날 오후 음성 꽃동네에선 장애인 외에도 한국 수도자 4000여명, 평신도 대표 150여명을 차례로 만난다. 17일엔 충남 서산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들을 만난 뒤 인근 해미읍성에서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한다. 18일에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전에 7대 종단 지도자들도 만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