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산다는 것은 열정 바칠 대상 찾는 것
“산다는 게 뭔지….” 누구나 살면서 수도 없이 내뱉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런 질문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철학과 교수인 수전 울프가 던졌다.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는 울프 교수가 이런 주제로 진행한 두 차례의 강의와 저명한 철학자 네 명의 논평, 이에 대한 저자의 답변을 엮은 책이다. 다섯 명의 철학자들이 펼치는 논리의 향연이 흥미진진하다.

먼저 울프 교수는 “그동안 철학자들이 인간 행동의 두 가지 동기 요인을 이기주의와 이보다 더 높은 가치인 이타주의라는 이분법으로 해석해온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행동이 반드시 이기심이나 도덕적 의무 때문은 아니라는 것. 예컨대 병원에 입원한 가족을 돌보거나 친구의 이사를 돕는 것, 밤을 새워 다음날 딸이 입을 축제 의상을 만드는 것 등을 이기주의나 이타주의, 도덕적 의무감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울프 교수는 이런 행동은 ‘사랑’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사랑에 기인한 모든 행위는 정당한가. 저자는 “참된 사랑의 근거에 따른 행동이고, 사랑의 대상이 그럴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을 때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사랑하는 마음은 주관적이지만 사랑할 만한 대상은 반드시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것. 이를 저자는 “주관적 이끌림이 객관적인 매력과 만났을 때 모습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그런 점에서 열정을 바칠 만한 대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열정을 바칠 만한 대상이 ‘나보다 더 크고 중요하며 가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 그 대상이 객관적으로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존 쾨테(위스콘신대) 로버트 애덤스(노스캐롤라이나대) 노미 아르팔리(브라운대) 조너선 하이트(뉴욕대) 교수 등 네 명의 철학자들이 논평으로 논의를 진전시킨다. 무모한 열정은 삶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가, 꼭 뭔가를 성취해야 삶이 가치 있는가, 객관적 가치가 없더라도 스스로 만족한 삶이라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객관적 가치를 강조하다 보면 극소수의 특정한 대상만 중요시하게 되지 않을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하고 넘어갈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철학자들의 진지한 성찰과 토론이 신선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