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200억원가량의 공공주택 공사 입찰 때 고의로 서류상에 오류를 만들었습니다. 입찰에서 떨어지기 위한 것이었죠. 처음엔 인력과 장비를 활용한다는 생각에 입찰 참여를 결정했는데 검토 결과 도저히 안되겠더라고요. 적자가 뻔했어요.” 부산지역 한 중견 건설사 수주담당 임원은 최근 수주 막판에 입찰을 포기한 일을 들려줬다. 발주처와의 관계를 고려해 입찰 참가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입찰금액을 잘못 표기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가 수주를 피했다는 설명이다.

공공 발주공사 기피 현상은 공사 규모와 지역에 관계없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설계와 시공을 건설사에 모두 맡기는 대형 턴키 공사는 물론이고 중소형 주택공사에서도 유찰 및 수주 포기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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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물량 줄고, 유찰 이어지고

인천국제공항 3단계 건설사업의 핵심인 제2여객터미널 외장 및 골조공사는 사업비만 57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사지만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결국 수의계약으로 최근 시공사가(한진중공업) 결정됐다.

지난해 하반기 입찰참가자격 사전 심사(PQ)를 통과했던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적자 시공을 우려해 입찰을 포기했다. 이 같은 대형 공사 시공사가 수의계약으로 선정되는 건 이례적이다. 부산도시철도 사상~하단 간 1단계 공사는 수의 계약도 무산됐다. 발주처가 제시한 공사 예산 자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공공공사 발주 물량은 이미 감소세다. 전체 공사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건설사들은 공사 수주에 소극적이다. 국내 건설사 도급순위 1위 삼성물산은 올해 공공수주 실적이 전무하다. 도급 2위 현대건설도 작년 상반기 공공 수주액 5300억원에서 올해 2423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한 건설사 건축본부장은 “상당수 공공 공사는 공사를 할수록 손해가 누적되고 있다”며 “예전에 공사비 보충을 위해 흔히 하던 설계 변경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달청 등 정부 발주 공사는 예산 감축과 경쟁 심화로 원가율이 100%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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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최저가낙찰제 방식의 국내 공공공사 평균 원가율은 105%에 이르고 있다. 원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건 낙찰금액보다 공사비용이 더 높다는 얘기다.

최근 담합 과징금 폭탄 이후 ‘들러리 입찰’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의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자 부르는 시스템 고쳐야”

최저가낙찰제 계약심사제 실적공사비 등 사업성을 낮추는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최저가낙찰제는 전체 공사의 공정별로 경쟁 입찰을 부쳐 가장 낮게 가격을 제안한 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가격뿐만 아니라 물량 기준까지 추가하면서 낙찰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수주담당 관계자는 “원가는 오르는데 낙찰률은 예정가의 72% 안팎이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정하는 실적공사비도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당초 100억원으로 설계된 A공정을 건설사가 70억원에 낙찰자로 선정됐다면 향후 해당 공정의 실적공사비는 70억원이 된다. 다음 발주 때 A공정은 70억원을 예상가로 설정하는 것이다.

이 같은 단가 하락의 폐단을 막기 위해 2010년부터 실적공사비가 적용된 단가는 당초 발주공사비 100%에서 최대 0.3%까지 줄일 수 있도록 했지만 단가 하락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김진수/이현진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