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한식 레스토랑 '오늘', 인테리어는 북유럽…놋그릇엔 한국의 맛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Luxury&Taste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캐피탈호텔 뒤편에는 독일 나이지리아 카타르 루마니아 이란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의 대사관이 차례로 늘어서 있다. 대사관 건너편으로는 고급 빌라촌이 자리 잡고 있다. 한식 레스토랑 ‘오늘’은 평소엔 차도 잘 다니지 않는 한적한 이 길 한쪽에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 한식당이라기보다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레스토랑 분위기가 났다. 따뜻한 느낌의 원목 테이블 등 모던한 북유럽풍 가구로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은은한 조명도 ‘전통’보다는 ‘현대’의 감각을 나타내는 듯했다. 하지만 레스토랑 측은 “곳곳에 전통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벽면을 채운 거친 질감의 흰 벽돌은 한지의 느낌을 살린 것이고 2층 룸의 벽면은 창호지를 바른 문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묘한 조화가 특징인 매장 인테리어는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가 디자인했다. 3층 홀로 올라가는 길에는 국내 최고 사진작가로 꼽히는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3층 홀에 자리를 잡고 박정석 총괄셰프에게 대표 메뉴 몇 가지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나온 것은 ‘오색물회’였다. 광어 멍게 해삼 문어 전복 등 다섯 가지 해산물을 해초류 등 채소와 함께 담았다. 양념장은 초고추장 대신 고춧가루와 효소를 넣고 숙성시켜 만들었다. 입이 얼얼한 매운맛이 아닌 깔끔한 매운맛이 났다.
이어 주메뉴인 통갈빗살 떡갈비가 나왔다. 횡성한우의 통갈빗살을 다진 후 참숯에 구운 것이다. 센 불이 아닌 은근한 숯불에 구워 육즙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식사로는 요즘 제철인 문어를 활용한 돌문어 된장 비빔밥을 내왔다. 동해에서 잡은 돌문어를 썰어 된장소스에 비벼 먹는 요리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나물 장아찌를 곁들여 먹으면 더 좋다.
밥과 반찬, 국을 모두 놋그릇에 담았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놋수저였다. 박 셰프는 “한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식기부터 전통에 맞게 고증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놋그릇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따로 뽑아 쓰고 있다”고 했다. 후식은 쑥떡와플이 나왔다. 초록색의 와플과 아이스크림이 함께 나왔다. 밀가루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쑥과 쌀을 배합해 만들어 푸석하지 않고 쫄깃한 느낌이 났다.
점심 코스는 대청마루(4만5000원)와 사랑방세트(5만8000원), 저녁 코스는 오늘의 만찬(12만원)과 달빛의 만찬(15만원)이 있다. 저녁때는 모둠 바비큐 등 점심때 없는 메뉴도 제공된다. 계절마다 두 번, 1년에 8번 메뉴를 바꾼다.
이곳은 단골 고객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고객별로 좋아하는 음식을 적어두거나 먹지 못하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식이다. 비즈니스미팅을 하는 기업인과 주변 고급 빌라촌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입소문을 듣고 연예인들도 들른다고 레스토랑 측은 전했다. 최근 정통 한식을 먹고 싶어하는 외국인 고객도 늘었다. 30명 이상 행사를 예약하면 3층 홀의 유리문을 모두 열어주기도 한다.
박정석 총괄셰프 "한달 두 번 식재료 여행…팔도 밥상 재현해낼 것"
한식 레스토랑 ‘오늘’의 3층 찬장에는 수십 가지의 장아찌가 진열돼 있었다. 박정석 총괄셰프(48·사진)는 “식당의 가장 큰 자랑 중 하나”라며 이름도 생소한 삐뚝바리 나물 장아찌를 꺼내서 보여줬다. 박 셰프는 “곤드레 오가피 죽순 등 산지에서 직접 가지고 온 60가지의 나물을 장아찌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나물 장아찌를 담글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두 번 전국의 주요 지역을 누비며 새로운 식재료를 찾기 때문이다. 박 셰프는 “십수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경북 안동을 방문해 지역 특산물인 참마를 이용한 요리를 연구했다. 그의 목표는 전국 8도의 한식을 모두 찾아내서 메뉴로 구현하는 것이다. 식재료를 찾는 여행을 할 때마다 지역에 있는 맛집이나 유서 깊은 종갓집을 방문한다. 지역의 특색이 담긴 요리법이나 문중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박 셰프가 정통을 강조하는 것은 변용보다는 고증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식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그것을 변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퓨전한식’ 바람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 셰프는 “세부적인 것을 자유자재로 변용하는 ‘분자요리’가 퓨전한식으로 이어지면서 정통한식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서양식과 결합하지 않더라도 한식은 글로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셰프는 “올해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에 참석해보니 외국인이 이제 한식을 하나의 외식 카테고리로 인정하고 있었다”며 “정통 한식 알리기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1의 54, (02)792-1054
메뉴 점심 : 대청마루(4만5000원), 사랑방세트(5만8000원), 저녁 : 오늘의 만찬(12만원), 달빛의 만찬(15만원)
영업시간 점심 : 낮 12시~오후 3시, 저녁 : 오후 6~10시 글=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매장에 들어서자 한식당이라기보다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레스토랑 분위기가 났다. 따뜻한 느낌의 원목 테이블 등 모던한 북유럽풍 가구로 꾸민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은은한 조명도 ‘전통’보다는 ‘현대’의 감각을 나타내는 듯했다. 하지만 레스토랑 측은 “곳곳에 전통이 숨어있다”고 설명했다. 벽면을 채운 거친 질감의 흰 벽돌은 한지의 느낌을 살린 것이고 2층 룸의 벽면은 창호지를 바른 문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묘한 조화가 특징인 매장 인테리어는 김찬중 더시스템랩 대표가 디자인했다. 3층 홀로 올라가는 길에는 국내 최고 사진작가로 꼽히는 배병우 작가의 작품이 걸려 있다.
3층 홀에 자리를 잡고 박정석 총괄셰프에게 대표 메뉴 몇 가지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나온 것은 ‘오색물회’였다. 광어 멍게 해삼 문어 전복 등 다섯 가지 해산물을 해초류 등 채소와 함께 담았다. 양념장은 초고추장 대신 고춧가루와 효소를 넣고 숙성시켜 만들었다. 입이 얼얼한 매운맛이 아닌 깔끔한 매운맛이 났다.
이어 주메뉴인 통갈빗살 떡갈비가 나왔다. 횡성한우의 통갈빗살을 다진 후 참숯에 구운 것이다. 센 불이 아닌 은근한 숯불에 구워 육즙이 많고 육질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식사로는 요즘 제철인 문어를 활용한 돌문어 된장 비빔밥을 내왔다. 동해에서 잡은 돌문어를 썰어 된장소스에 비벼 먹는 요리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나물 장아찌를 곁들여 먹으면 더 좋다.
밥과 반찬, 국을 모두 놋그릇에 담았다. 숟가락과 젓가락도 놋수저였다. 박 셰프는 “한식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식기부터 전통에 맞게 고증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놋그릇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따로 뽑아 쓰고 있다”고 했다. 후식은 쑥떡와플이 나왔다. 초록색의 와플과 아이스크림이 함께 나왔다. 밀가루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쑥과 쌀을 배합해 만들어 푸석하지 않고 쫄깃한 느낌이 났다.
점심 코스는 대청마루(4만5000원)와 사랑방세트(5만8000원), 저녁 코스는 오늘의 만찬(12만원)과 달빛의 만찬(15만원)이 있다. 저녁때는 모둠 바비큐 등 점심때 없는 메뉴도 제공된다. 계절마다 두 번, 1년에 8번 메뉴를 바꾼다.
이곳은 단골 고객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고객별로 좋아하는 음식을 적어두거나 먹지 못하는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 식이다. 비즈니스미팅을 하는 기업인과 주변 고급 빌라촌에 사는 사람들이 주로 이곳을 찾는다. 입소문을 듣고 연예인들도 들른다고 레스토랑 측은 전했다. 최근 정통 한식을 먹고 싶어하는 외국인 고객도 늘었다. 30명 이상 행사를 예약하면 3층 홀의 유리문을 모두 열어주기도 한다.
박정석 총괄셰프 "한달 두 번 식재료 여행…팔도 밥상 재현해낼 것"
한식 레스토랑 ‘오늘’의 3층 찬장에는 수십 가지의 장아찌가 진열돼 있었다. 박정석 총괄셰프(48·사진)는 “식당의 가장 큰 자랑 중 하나”라며 이름도 생소한 삐뚝바리 나물 장아찌를 꺼내서 보여줬다. 박 셰프는 “곤드레 오가피 죽순 등 산지에서 직접 가지고 온 60가지의 나물을 장아찌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나물 장아찌를 담글 수 있는 것은 한 달에 두 번 전국의 주요 지역을 누비며 새로운 식재료를 찾기 때문이다. 박 셰프는 “십수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지만 갈 때마다 새로운 식재료를 발견한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경북 안동을 방문해 지역 특산물인 참마를 이용한 요리를 연구했다. 그의 목표는 전국 8도의 한식을 모두 찾아내서 메뉴로 구현하는 것이다. 식재료를 찾는 여행을 할 때마다 지역에 있는 맛집이나 유서 깊은 종갓집을 방문한다. 지역의 특색이 담긴 요리법이나 문중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박 셰프가 정통을 강조하는 것은 변용보다는 고증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는 “한식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아야 그것을 변용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퓨전한식’ 바람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박 셰프는 “세부적인 것을 자유자재로 변용하는 ‘분자요리’가 퓨전한식으로 이어지면서 정통한식의 발전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서양식과 결합하지 않더라도 한식은 글로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셰프는 “올해 초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시상식에 참석해보니 외국인이 이제 한식을 하나의 외식 카테고리로 인정하고 있었다”며 “정통 한식 알리기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치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1의 54, (02)792-1054
메뉴 점심 : 대청마루(4만5000원), 사랑방세트(5만8000원), 저녁 : 오늘의 만찬(12만원), 달빛의 만찬(15만원)
영업시간 점심 : 낮 12시~오후 3시, 저녁 : 오후 6~10시 글=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