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8일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해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는 FA18 전투기 두 대가 IS의 이동식 대포와 대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500파운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일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호에서 촬영한 미 해군 VFA-31 톰캐터스 비행대 소속 FA18 전투기. AFP연합뉴스
미국이 8일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해 공습을 시작했다. 미국 국방부는 FA18 전투기 두 대가 IS의 이동식 대포와 대포를 운반하는 트럭에 500파운드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일 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호에서 촬영한 미 해군 VFA-31 톰캐터스 비행대 소속 FA18 전투기. AFP연합뉴스
미국이 8일 이라크 수니파 반군 이슬람국가(IS)에 대해 공습을 시작하면서 이라크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미국의 공습은 IS가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댐과 기독교 마을을 장악하는 등 세력을 급속히 확대해 가는 상황에서 나왔다. 사실상 제3차 이라크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투자자들은 주식을 처분하고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대거 몰렸다.

◆오바마, 대외정책 바뀌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반군에 대한 공습을 단행하기 직전 “민간인이 대량 학살 위험에 처해 있는데 미국이 모른 체 방관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반군을 정밀 타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그가 원하지 않던 길을 가고 있다”며 “꺼림칙한 채로 행동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선뜻 내키지는 않지만 ‘세계 경찰국가’로서의 역할을 떠맡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분쟁에 군사 공격을 승인한 것은 2011년 3월 리비아 사태가 마지막이었다. 당시는 다른 나라도 포함시키는 연합군 형태였지만 이번에는 독자 행동이다.

오바마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종식시킨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고 싶어했다. 그런 그가 비록 제한적이지만 군사 개입에 나선 것은 오일지대인 쿠르드자치정부 지역마저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반군단체 IS는 최근 쿠르드자치정부 군조직인 페쉬메르가를 몰아내고 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댐을 장악했다. 소수 종파에 살해 위협을 가하면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군이 석유광구가 많은 쿠르드 지역마저 장악할 경우 내전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치닫을 수 있다.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의 말라키 정권보다 미국에 더 믿을 만한 ‘동맹’이라는 점도 오바마를 움직이게 한 배경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모든 국제분쟁에 개입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무고한 민간인들이 끔찍한 폭력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군사 개입이 인도주의적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불안에 떠는 금융시장

미국이 이라크 내전에 전격 개입하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이날 런던시장에서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0.8% 상승한 배럴당 105.44달러에 거래됐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 이상 뛰었다. 오일지대의 이라크 북부가 내전에 휩싸이면서 수급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었다. 뉴욕증시의 S&P500 선물지수도 0.6%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 일본 등 아시아증시는 이날 일제히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98% 폭락했다. 러시아와 서방 간 대립이 무역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에 전운이 고조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미 국채 등으로 대거 몰렸다. 그 결과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연 2.38%로 지난 1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필리스 베니스 미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 연구원은 “미국이 폭탄을 투하한다고 해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항복하거나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군의 공격이 이슬람 반군 세력을 더욱 집결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김은정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