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재개된 팬택이 다음주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부품 공급업체 등 협력회사들의 연쇄 부도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현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재개된 팬택이 다음주 법정관리를 신청한다. 부품 공급업체 등 협력회사들의 연쇄 부도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현관.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제조업 벤처신화’의 주인공 팬택은 회생할 수 있을까. 팬택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함에 따라 팬택의 운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로선 ‘국내 3위 스마트폰 제조업체’란 팬택 본연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은 모습으로 회생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제3자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제3자 매각 가능성 높아져

[막 내리는 '팬택 신화'] 팬택, 제3자 매각 급물살 탈 듯…부품업체들은 줄도산 불가피
팬택은 최근 채권은행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재개를 결정해 회생의 실마리를 잡는 듯했다. 통신 3사는 채권 회수를 2년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팬택의 채무는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부품업체 등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채무가 계속 목을 조여왔다. 당장 10일 220억원의 상거래 채무 만기가 돌아온다. 그러나 현금이 바닥나 갚을 방법이 없다. 앞서 420억원의 상거래 채무도 갚지 못해 밀려 있다. 총 650억원의 빚을 상환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팬택의 자금줄은 막혀 있다. 채권은행들이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는 데다 통신사들도 스마트폰을 더 이상 사주지 않아서다. 팬택은 지난달 말부터 통신 3사에 스마트폰 13만대를 구매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거절했다. 통신 3사 창고에 팔리지 않고 쌓여 있는 팬택 스마트폰 재고가 60만대를 넘는데 더 사줄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팬택은 통신사들이 태도를 바꿔 스마트폰을 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제3자 매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워크아웃과 달리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금융 채무는 물론 납품업체 상거래 채무도 대부분 탕감돼 부채가 깔끔하게 정리된다. 워크아웃 중 매각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한 부채부담을 덜게 되는 것이다. 제3자 매각이 수월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인도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마이크로맥스와 중국 제조업체들이 팬택 인수에 관심을 보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이들이 본격적으로 인수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앞으로 절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1주일 이내에 채권·채무 관계를 모두 동결한다. 신청일로부터 한 달간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신청을 기각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신청을 받아들이면 1차 개시 결정을 내리고 법정관리인을 선임한다. 대부분 현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내세운다. 개시 결정 이후 2~3개월간 법원 주도 하에 회생계획안을 마련한다. 여기엔 채무조정과 출자전환, 무상감자 등이 포함된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 최종적으로 법정관리를 개시한다.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두 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실시한 채권단 실사 결과 계속기업가치(3824억원)가 청산가치(1895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청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당시 기업가치는 통신사들이 매월 일정량의 스마트폰을 사준다는 조건 아래 산정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법원이 청산을 결정하면 팬택의 자산을 모두 팔아 ‘빚잔치’를 하게 된다.

법률상 법정관리 신청부터 최종 개시까지 1년 이내에 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팬택은 워크아웃 중 실사 등의 과정을 거쳐 소요 기간이 5~6개월 정도로 단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협력사 줄도산 불가피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협력사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당장 채권·채무가 동결돼 부품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또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한다고 해도 이 과정에서 상거래 채무는 대부분 탕감된다. 부품 대금 대부분을 떼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 팬택 1·2차 협력사는 550여개다. 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크다. 대부분 영세업체다. 줄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설리/박종서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