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릴러 로맨틱코미디? '내 연애의 기억'
고교 때부터 쉼 없이 연애해 온 은진(강예원). 그러나 연애를 할 때마다 실패의 연속이다.

좀 노는 일진 오빠와의 만남은 씁쓸함만 남기고, 군대 간 남자 친구는 다방 아가씨와 바람이 난다.

유식한 교수와 만나 학점은 잘 받았지만 결국 부인에게 머리채만 잡힌다.

로커 연하남은 철이 없고, 씀씀이 큰 회사 상사는 조건 좋은 다른 여자에게 안긴다.

그날도 실연의 아픔에 만취한 은진.
택시를 잡지 못해 정류장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그에게 합승을 제안하는 현석(송새벽)이 다가온다.

말을 섞어보니 이 남자 순하다.

수많은 연애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착한 남자가 최고. 은진은 명함을 건네는 현석과 만나기 시작한다.

'내 연애의 기억'은 전형적인 로맨틱코미디로 출발한다.

급한 성격의 여인과 어수룩하지만 깊은 속내를 지닌 조금은 바보 같은 남자의 사랑이야기.
사랑이 나왔으니 이번에는 코미디다.

남자에게 뒤통수 맞는 데 익숙한 은진은 현석의 휴대전화를 뒤지다 낯선 여인의 번호를 발견하고, 경찰 친구(박그리나)의 도움을 받아 상대 여성을 캐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이 흥미롭다.

TV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는 친숙한 이야기지만 강예원과 박그리나의 찰떡궁합이 돋보인다.

무턱대고 화만 내는 강예원과 연애 한 번 해보지 못한 박그리나의 어수룩함이 가끔 큰 웃음을 준다.

은진과 현석이 쌓아가는 사랑의 추억을 16㎜ 필름으로 담아내는 아날로그적 감성도 마음을 움직인다.

살랑이는 바람과 노을진 햇살 아래, 두 남녀가 조심스럽게 나누는 섬세한 감정들이 스크린에 담겨 있다.

바람피우는 현장을 잡고자 급박히 움직이는 은진의 불안한 마음을 들고 찍기를 이용해 표현하거나 현석의 과거를 보여줄 때 애니메이션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주고자 노력한 감독의 흔적도 엿보인다.

특히 중반 이후 로맨틱코미디에서 스릴러로 갈아타는 장르의 전환은 이 영화의 백미라 할 만하다.

유치하고 소란스러우며 엉뚱한 B급 정서를 차곡차곡 쌓아가다 장르를 갈아타기 때문에 비교적 전환도 자연스럽다.

천편일률적인 드라마가 지겨운 관객들이라면 극적 완성도를 떠나 흥미롭게 볼만한 작품이다.

다만, B급 정서가 진한 데다가 로맨틱코미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으로 장편 데뷔한 이권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새영화] 스릴러 로맨틱코미디? '내 연애의 기억'
8월2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93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