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산수화 걸어놨더니 기운이…
장자(莊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는데,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분간하지 못했다. 사물과 내가 하나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 호접지몽(胡蝶之夢)이다.

A기업의 김모 대표는 공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다. 과학적 논리와 지성의 힘이 세상의 진리라 믿는 전형적인 외향적 기업가다. 그는 몇 해 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 앞에서 1시간여를 움직일 수 없었던 호접지몽의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이후 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게 됐다. 산속 한 가옥에 선비가 책을 덮은 채로 가을바람 소리에 귀 기울여 쓸쓸히 창밖을 내다보던 감흥을 잊지 못한 탓이다. 감흥의 전이 탓일까. 사들인 그림들은 슬픔과 상심의 감성에 호소하는 산수화가 대부분이었다. 이때부터 찾아온 본인의 알 수 없는 무기력함과 상실감의 원인은 회사 재정과 대인관계에도 차질을 빚었다.

[풍수로 보는 재테크] 산수화 걸어놨더니 기운이…
나무만 보면 숲을 알 수 없다. 동양화의 서화(書畵) 예술은 글자와 그림이 전부가 아니다. 작품에 내재하여 있는 육법(六法)의 첫 번째 요소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읽어내는 것이 그 요체다. 동양화 속 바람(風)은 여백으로 나타나고, 물(水)은 필묵으로 표현된다. 작품 속 바람과 물의 움직임은 유동적인 기운을 만들어 국면을 이룬다. 작품의 네 귀퉁이는 기가 통하는 기의 출입구(氣口)가 되어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호흡하고, 건축적 공간을 균형, 조화 확대시켜 사람의 심미안을 자극한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자연의 질서와 함께 사계절과 절기에 맞춰 서로 다른 그림을 걸었다. 김 대표의 그림들을 모두 걷어내 계절별로 분류하고 방위에 맞게 나눠서 자리를 다시 잡게 했다. 예를 들면 음력 7월에는 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사랑을 테마로 한 그림과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좋다. 산수화는 구름 덮인 산에 흩뿌리는 비 그림이 기격(氣格)을 더하고, 원앙새의 고아한 그림이 시절과 어울려 제격이다. 계절의 기운과 사람의 기운을 조화시키는 방책 중 하나다. 김 대표가 다시 생기를 찾은 직접적 이유이기도 하다.

대기업 총수들의 개인 서재를 방문해 보면 공통적으로 두 종류의 그림이 빠지지 않는다. 남에게 소개할 때 조심스러운 여인의 누드화가 그 하나이고, 향기 없는 꽃인 모란 그림이 두 번째다. 관능적인 여성의 신체는 역동성과 생동감의 기운을 품은 살아 있는 생명의 원천이 되어 보는 이의 기운을 증강시킨다. 자리는 우백호 자리(우측)에 놓여 음(陰)의 공간을 관장한다. 모란은 부귀영화가 영원하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긴 그림이다. 미인도와 대비해 좌청룡의 자리(좌측)에 놓여 양(陽)의 공간 속에 둔다.

건축의 연장선상에서 적절한 회화의 선택은 현장에서 자주 일어난다. 남북종화를 주창한 동기창은 “길상운(吉祥雲)이 덮고 있으나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는 말로 예술품 본연의 내재적 풍수 파악에 대해 일갈했다. 다시 한번 새겨들을 말이다.

강해연 < KNL디자인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