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6일 진도에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간부들과의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6일 진도에서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간부들과의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남 진도에서 먹고 잔 지 119일째다. 기자는 115일째 되는 지난 7일 진도를 다시 찾았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4월16일, 이 장관과 인터뷰(본지 6월9일자 A12면)하기 위해 진도를 찾은 6월2일에 이어 세 번째였다. 공교롭게도 진도를 찾는 날마다 가는 길에 비가 내렸다.

이 장관은 6월에 만났을 때보다 눈에 띄게 수척한 모습이었다. 4월16일 이후로 한 번도 깎지 않았다는 수염은 조선시대 사극에 나오는 인물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일정은 변함이 없었다. 오전 7시30분 실·국장과 회의한 뒤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을 둘러보며 수색 지휘하고 실종자 가족을 만난다. 잠은 진도군청 내 7평 남짓한 사무실 간이침대에서 해결한다. 에어컨은 없다.

아직 찾아내지 못한 세월호 실종자는 열 명. 이 숫자는 7월18일 이후 줄지 않고 있다. 태풍 영향도 있다. 태풍 소식이 전해지면 전원 철수다. 태풍이 소멸될 때까지 수색이 중단된다. 보통 태풍 하나에 3~4일씩이다.

가족들은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 여전히 남아 있다. 수색 소식을 간절하게 기다리기는 이 장관도 마찬가지다. 아직 수색을 못한 곳이 있지만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그래서 애가 탄다.

세월호에서 수색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은 4층 선미의 좌현에 있는 방 1개(SP-1)다. 이 방은 바다 쪽으로 맨 밑에 깔려 있다. 중간과 우현의 SP-2와 SP-3에서 쏟아진 가구와 집기들이 쌓여 있다. 이미 훑었지만 집기를 전부 들어내고 다시 수색을 꼼꼼하게 하면 세월호 내부는 모두 살펴본 것이라고 한다. 열 명의 실종자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지가 그 방에 달려 있는 셈이다.

진도군은 이미 썰렁한 느낌이다. 진도군청 2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임시기자실은 텅 비어 있다. 임시기자실 옆 진도군청 건설기술지원단이 쓰던 사무실에 마련된 범사고대책본부 대변인실도 이에 따라 4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근 들어 이 장관이 이제 진도를 정리하고 정부세종청사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그중 하나다. 반면 가족들은 불안해한다. 이 장관도 “아직 가족의 상심이 크다”고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장관을 비롯한 정부부처가 언제까지 진도에만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당장 해양특구 지정이란 현안이 있다. 4월 발의된 법인데 관련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이달 23일엔 이 장관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 총회가 이란에서 열린다. 25일엔 한국이 주도해 만든 한·중·일 물류장관회의도 일본에서 있다. 28일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해양장관들이 중국에서 회의를 한다. 모두 이 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국익이 걸린 일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물론 해수부도 이런 공식 일정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장관은 이를 확인하는 기자의 질문에 “모른다”고만 했다.

여야는 지난 7일 세월호 특별법 처리에 합의했다. 유병언은 사체로 발견됐다. 세월호 내부를 구석구석 수색하고 나면 이 장관도 정상적인 장관 업무를 챙겨야 한다. 해운산업을 키우고 연안 항로를 안전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이 장관은 아마 추석 때까지 팽목항에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가족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장관의 현장 ‘상주(常駐)’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장관도 이제 면도해야 할 때가 됐다.

진도=김재후 경제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