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모바일 금융 전쟁] 카톡·밴드로 모임 회비·결제까지…IT기업들, 은행 밥그릇 뺏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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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에 뛰어드는 IT기업들
카카오 '뱅크월렛', 가상계좌 50만원 충전
하루 10만원 송금…온·오프 매장 결제도
네이버 '밴드' 송금…옐로페이와 제휴
밴드에 회비 납부 기능…이달 중 서비스
IT, 금융 진출 본격화…LG유플러스 등
결제서비스 사업 확대…"모바일 금융이 새수익원"
카카오 '뱅크월렛', 가상계좌 50만원 충전
하루 10만원 송금…온·오프 매장 결제도
네이버 '밴드' 송금…옐로페이와 제휴
밴드에 회비 납부 기능…이달 중 서비스
IT, 금융 진출 본격화…LG유플러스 등
결제서비스 사업 확대…"모바일 금융이 새수익원"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돈을 낼 수 있어 편해요.” (카카오 직원 A씨)
경기 성남시 판교의 카카오 사옥 인근 식당. 점심시간이면 카카오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밥값을 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명이 대표로 신용카드를 긁으면 다른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테스트 중인 소액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를 이용해 손쉽게 자기 몫을 송금하는 것. 이르면 다음달 초 일반 서비스를 할 예정인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선 이미 익숙한 점심값 결제수단이다.
송금과 지급결제 등 금융서비스 시장이 변혁기를 맞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의 고유 영역이었던 이 시장에 카카오 네이버 알리페이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회사가 속속 뛰어들고 있어서다.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온라인 결제 장벽이 낮아진 데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 송금·결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모바일 금융에 진출하는 IT기업은 더 늘어날 예상이다. 금융회사와 IT기업 간 시장 선점을 위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급결제 시장 넘보는 IT기업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발판으로 삼은 카카오는 국민 우리 등 15개 시중은행과 손잡고 뱅크월렛 카카오를 준비하고 있다. 가상 계좌를 개설해 5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고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에게 하루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현금 인출, 온·오프라인 매장 결제도 가능하다.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내에 신용카드를 등록할 수 있는 ‘카카오 간편결제’(가칭)도 LG CNS와 협력해 다음달 중 내놓는다. 9개 이상의 카드사가 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네이버도 이르면 이달 중 자사 그룹형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를 통해 소액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옐로페이 등 전자지급결제 전문기업과 손잡고 산악회 동창회 등 중장년층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쓰이는 밴드에 회비 내기 기능을 붙인다는 것이다.
전자결제대행업체(PG)인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도 페이팔·알리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 ‘케이페이’ 개발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기존 10만여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나우’의 금융감독원 보안성 심의기준 통과를 계기로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기업 알리페이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중 국제결제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바일 지급결제 수요 급증
IT기업들이 금융 서비스에 잇따라 진출하는 건 스마트폰 보급으로 지급결제를 포함한 간편한 모바일 금융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모바일뱅킹 이용자 수는 4993만명, 금액은 1조4133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각각 34.6%와 46.9% 증가한 것이다. 광범위한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IT기업들은 모바일 금융시장을 선점하면 오프라인 시장과 연계해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긴다.
송금·결제는 금융서비스 중 첫발을 내딛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예금 대출 보험 등과 달리 정부의 엄격한 인가 대상 서비스가 아니라 비(非)금융사도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다. IT기업은 이를 통해 모바일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을 계기로 전자상거래 결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IT기업들엔 호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단한 절차만으로 전자상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PG사가 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해킹 등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가’라는 보안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치열한 업계 간 경쟁
IT업계가 노골적으로 금융시장을 넘보자 일부 금융회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하나N월렛’ 앱을 내놓고 이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하나은행은 뱅크월렛 카카오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 신한 등 주요 은행도 고객 접점을 내준다는 위기감에 최근까지 카카오와의 협력을 거부하다가 금융결제원의 ‘막판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 위기감에 휩싸인 은행들은 자체 모바일 금융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인 ‘마이 신한 페이’를 지난달 내놓았고, 우리은행도 지난 4일 기존 모바일뱅킹을 새단장한 ‘뉴 원터치 스마트뱅킹’을 선보였다.
관련 업체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의 결제시장 진출 소식이 전해진 뒤 다날 KG모빌리언스 등 기존 전자결제 업체는 주가가 급락했다. 금감원에서 ‘보안 가군’ 인증을 받아 공인인증서 대체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엠페이’를 개발한 LG CNS는 다양한 업체에서 제휴 제의를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3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소액 송금과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모바일 금융시장에 빅뱅(대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과 통신사가 모바일 송금·결제 서비스를 해왔지만 대상 고객이 한정적이었다”며 “카카오와 네이버는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있어 파급력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경기 성남시 판교의 카카오 사옥 인근 식당. 점심시간이면 카카오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밥값을 내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 명이 대표로 신용카드를 긁으면 다른 직원들이 내부적으로 테스트 중인 소액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 카카오’를 이용해 손쉽게 자기 몫을 송금하는 것. 이르면 다음달 초 일반 서비스를 할 예정인 뱅크월렛 카카오는 카카오 직원들 사이에선 이미 익숙한 점심값 결제수단이다.
송금과 지급결제 등 금융서비스 시장이 변혁기를 맞고 있다. 은행과 카드사의 고유 영역이었던 이 시장에 카카오 네이버 알리페이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회사가 속속 뛰어들고 있어서다.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온라인 결제 장벽이 낮아진 데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모바일 송금·결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모바일 금융에 진출하는 IT기업은 더 늘어날 예상이다. 금융회사와 IT기업 간 시장 선점을 위한 한판 대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급결제 시장 넘보는 IT기업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발판으로 삼은 카카오는 국민 우리 등 15개 시중은행과 손잡고 뱅크월렛 카카오를 준비하고 있다. 가상 계좌를 개설해 5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고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에게 하루 10만원까지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한 현금 인출, 온·오프라인 매장 결제도 가능하다.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내에 신용카드를 등록할 수 있는 ‘카카오 간편결제’(가칭)도 LG CNS와 협력해 다음달 중 내놓는다. 9개 이상의 카드사가 협력 의사를 밝혀왔다.
네이버도 이르면 이달 중 자사 그룹형 모바일 커뮤니티 ‘밴드’를 통해 소액 송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옐로페이 등 전자지급결제 전문기업과 손잡고 산악회 동창회 등 중장년층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쓰이는 밴드에 회비 내기 기능을 붙인다는 것이다.
전자결제대행업체(PG)인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도 페이팔·알리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 ‘케이페이’ 개발을 마치고 다음달부터 기존 10만여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나우’의 금융감독원 보안성 심의기준 통과를 계기로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결제기업 알리페이는 지난달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중 국제결제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모바일 지급결제 수요 급증
IT기업들이 금융 서비스에 잇따라 진출하는 건 스마트폰 보급으로 지급결제를 포함한 간편한 모바일 금융 수요가 급팽창하고 있어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모바일뱅킹 이용자 수는 4993만명, 금액은 1조4133억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각각 34.6%와 46.9% 증가한 것이다. 광범위한 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IT기업들은 모바일 금융시장을 선점하면 오프라인 시장과 연계해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긴다.
송금·결제는 금융서비스 중 첫발을 내딛기 쉬운 분야이기도 하다. 예금 대출 보험 등과 달리 정부의 엄격한 인가 대상 서비스가 아니라 비(非)금융사도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다. IT기업은 이를 통해 모바일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계산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을 계기로 전자상거래 결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도 IT기업들엔 호재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금융위원회는 공인인증서 없이 간단한 절차만으로 전자상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PG사가 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금융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해킹 등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가’라는 보안 문제는 여전히 숙제다.
◆치열한 업계 간 경쟁
IT업계가 노골적으로 금융시장을 넘보자 일부 금융회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하나N월렛’ 앱을 내놓고 이 시장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하나은행은 뱅크월렛 카카오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 신한 등 주요 은행도 고객 접점을 내준다는 위기감에 최근까지 카카오와의 협력을 거부하다가 금융결제원의 ‘막판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 위기감에 휩싸인 은행들은 자체 모바일 금융 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모바일 직불결제 서비스인 ‘마이 신한 페이’를 지난달 내놓았고, 우리은행도 지난 4일 기존 모바일뱅킹을 새단장한 ‘뉴 원터치 스마트뱅킹’을 선보였다.
관련 업체 간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의 결제시장 진출 소식이 전해진 뒤 다날 KG모빌리언스 등 기존 전자결제 업체는 주가가 급락했다. 금감원에서 ‘보안 가군’ 인증을 받아 공인인증서 대체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엠페이’를 개발한 LG CNS는 다양한 업체에서 제휴 제의를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3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가 소액 송금과 간편결제 서비스를 시작하면 모바일 금융시장에 빅뱅(대폭발)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과 통신사가 모바일 송금·결제 서비스를 해왔지만 대상 고객이 한정적이었다”며 “카카오와 네이버는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서비스할 수 있어 파급력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