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관절염 치료, 시기별로 달라
작년부터 무릎이 붓고 아프기 시작했다는 백모씨(55). 나이가 들면 으레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곧장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병원 진료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그러나 고민 끝에 찾아간 병원에서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관절 손상 정도에 따라 퇴행성관절염의 치료법이 다양하다는 사실이다. 백 씨는 다행히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자신의 관절을 보존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중기 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장고 끝에 악수’ 두는 퇴행성관절염 치료

많은 사람들이 퇴행성관절염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갖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앓게 되는 질환이라는 생각에 손 놓고 기다리거나, ‘퇴행성관절염 치료=인공관절수술’이라는 단편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 경우 등 다양하다. 그러나 퇴행성관절염은 손상 정도에 따라 초기, 중기, 말기로 나뉘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른 다양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무릎 연골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선입견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인공관절수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약물치료와 운동치료 시행

퇴행성관절염 초기에는 연골손상이 심하지 않아 약물치료와 운동치료를 병행한다. 특히 관절 주변의 근육이 약해지면 관절이 불안정하게 덜거덕거려 관절 마모가 더욱 쉬워지기 때문에, 주변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운동이 필수적이다. 또한 운동을 해 체중을 감량하면 그만큼 무릎에 실리는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중기에는 자기관절 살리는 연골재생치료

연골이 닳는 정도가 광범위해지고 뼈 끝이 뾰족하게 자라나는 시기인 중기 관절염은 관절내시경 수술로 치료한다. 관절내시경은 카메라가 달린 수술 기구를 직접 삽입해 관절 상태를 모니터로 볼 수 있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 기간이 짧고 절개 크기가 1cm 미만이라 감염과 통증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치료법으로는 찢어지고 손상된 연골을 다듬고 관절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연골성형술을 비롯, 연골 재생에 중점을 둔 치료법들이 주를 이루는데, 손상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연골 재생 치료법이 있다.

연골 손상 부위가 1㎠ 이하일 때는 연골 밑 뼈에 구멍을 뚫고 그곳에서 나온 혈액성분들로 손상된 부위를 덮어 재생하는 방식의 ‘미세천공술’을 실시한다. 또한 건강한 무릎연골 중 체중부하를 받지 않는 연골을 떼어내 손상된 연골을 복원하는 ‘자가연골이식술’은 연골 손상 부위가 1~4㎠ 이하일 때 시행 시 효과가 좋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상 연골 세포를 떼어내 배양시킨 뒤 이식, 연골을 재생하는 ‘자가연골 세포배양이식술’은 연골 손상 부위가 4㎠이상으로 비교적 손상도가 높은 경우에도 적용 가능하다.

◆말기 관절염 환자는 인공관절수술 불가피

연골이 많이 손상돼 뼈와 뼈가 맞닿는 정도가 된 말기 관절염 환자들은, 심하게 손상된 관절을 인공관절로 교체하는 수술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지병이 있거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 등으로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한데, 최근에는 보다 정밀하고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는 인공관절 수술법들이 개발돼 환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고 있다.

특히 기존보다 절개를 최소화한 ‘최소 상처 인공관절 수술’을 진행함으로써, 수술 시간 단축은 물론 수술 후 통증 및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전신마취가 아닌 하반신 마취로 진행할 수 있어 위험이 덜하며, 뇌파감시장치를 통해 수면의 깊이를 조절하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어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인공관절수술이 가능하다. 인공관절자체도 환자 개개인의 나이와 성별, 생활 패턴 등을 파악하여 맞춤형 인공관절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내비게이션 원리를 이용한 적외선 투시카메라를 통해 뼈의 각도, 두께, 간격 등 정확한 정보를 얻어 수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등 인공관절 수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정봉성 부민병원 관절센터 과장은 “퇴행성관절염은 손상 정도에 따라 보존적 방법으로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평소 통증을 생기면 참지 말고 병원에 내원하여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인공관절수술은 정밀함을 요하는 분야인 만큼 반드시 경험이 풍부하고 지속적인 연구를 뒷받침하는 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