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지난해 8월 로마 교황청에서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와 손을 맞잡고 있다. 꽃동네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이 지난해 8월 로마 교황청에서 꽃동네 설립자인 오웅진 신부와 손을 맞잡고 있다. 꽃동네 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기간(14~18일) 중 최대 행사는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다. 하지만 ‘가난한 이를 위한 교회’를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자리는 이날 오후 방문하는 충북 음성꽃동네다. 꽃동네에서 교황은 보살핌이 필요한 장애인, 가난과 순명을 지키며 사는 수도자, 선교사 없이 스스로 교회를 세운 평신도들을 만난다.

교황이 꽃동네에서 먼저 만날 사람은 ‘희망의 집’ 장애인들. 양손이 불편한 어린이가 수녀의 도움을 받아 교황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고, 장봉훈 주교가 교황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이곳에서 교황은 장애아동 40명, 성인 장애인 20명, 노인 환자 8명, 입양을 기다리는 아기 8명, 호스피스 환자 4명 등 80명을 만난다. 이들은 자수로 짠 프란치스코 교황 초상화, 발가락으로 접은 종이학, 수도자들이 제작한 ‘복음의 기쁨’이라는 제목의 음반 등을 교황에게 선물한다.

교황은 이어 낙태된 아이들을 기억하고 생명을 지키자는 뜻에서 조성한 ‘태아동산’으로 이동해 ‘생명을 위한 기도’를 바친다. 여기서 교황은 낙태된 아기들을 비롯해 자신을 보호할 힘조차 없는 연약한 이들을 기억하며 무릎을 꿇고 기도한 뒤 ‘성 황석두 루카 선교회’ 소속 이구원 선교사(25)와 만날 예정이다. 이 선교사는 팔다리가 모두 없는 선천성 사지절단증 장애인으로 태어나 ‘청주 자모원’에서 성장, 대전가톨릭대를 졸업하고 2011년 선교회에 입회했다. 그의 사연은 여덟 살 때인 1997년 방송 다큐멘터리 ‘구원이를 위하여’(MBC)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어 교황은 꽃동네 안 ‘사랑의 연수원’에서 남녀 수도자 4000여명과 만나 정해진 시간에 드리는 공동체의 기도인 성무일도(시간전례)를 바친다. 교황은 한국어와 라틴어로 바치는 이날 기도의 시작 선창과 마침 강복을 한국어로 할 예정이다. 이날 교황이 마지막으로 만날 사람들은 평신도 대표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평신도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탄생한 한국 천주교 주역의 후예를 격려하는 자리다.

교황의 꽃동네 방문에는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해 강우일 주교(주교회의 의장), 조규만 주교(교황방한준비위원회 집행위원장), 최창무 대주교(전 광주대교구장), 수도회 출신인 유수일 주교(군종교구장·작은형제회), 이한택 주교(전 의정부교구장·예수회), 박현동 아빠스(덕원자치수도원구장 서리·성 베네딕도회)가 동행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