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제의 ‘우승 포효’ > 제96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1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GC 18번홀 그린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환호성을 지르며 특유의 ‘포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황제의 ‘우승 포효’ > 제96회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11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GC 18번홀 그린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환호성을 지르며 특유의 ‘포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新) 골프황제’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의 우승 방정식은 ‘구(舊)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와 달랐다. 우즈가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면서 상대선수를 압도했다면 매킬로이는 역전을 당했다가 다시 재역전하는 집중력과 뒷심을 발휘하며 경쟁자들을 물리쳤다.

매킬로이는 11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GC(파71·7458야드)에서 열린 제96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00만달러) 마지막날 한때 선두에 3타차로 뒤졌으나 환상적인 어프로치샷과 괴력의 장타를 내세워 재역전에 성공하며 정상에 올랐다. 전반에 보기 2개와 버디 1개를 기록한 매킬로이는 후반에 이글 1개와 버디 2개로 3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2위 필 미켈슨(미국)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 상금은 180만달러(18억5000만원). 최근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차세대 주자’, ‘골프 황태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고 ‘골프 황제’로 즉위했다.

○메이저 최다승 유력 후보로 떠올라

매킬로이 전성시대…'역전 불패' 승부사로 거듭나다
매킬로이는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PGA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2연속 메이저대회를 휩쓸었다. 2011년 US오픈과 2012년 PGA챔피언십까지 메이저 4승째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 커리어-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둔 것은 2008년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이후 6년 만이다. 유럽선수 메이저 최다승은 닉 팔도(6승), 세베 바예스테로스(5승)에 이어 3위가 됐다.

메이저 14승인 우즈보다 매킬로이가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세운 메이저 최다승(18승)을 넘어설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1934년 마스터스 창설 이후 매킬로이보다 어린 나이에 메이저 4승을 달성한 선수는 우즈, 니클라우스뿐이다. 니클라우스가 메이저 4승을 올렸을 때 나이가 만 25세 2개월이었고 우즈는 메이저 4승을 만 24세 7개월에 거뒀다. 1989년 5월생인 매킬로이는 니클라우스와 비슷한 만 25세 3개월이다.

매킬로이는 브리티시오픈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3연승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우즈가 5연승을 기록한 이후 약 6년 만에 나온 최다 연승 기록이다.

매킬로이는 “이런 여름을 보내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현실적으로 커리어-그랜드슬램과 유럽 선수 중 메이저 최다승 기록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매직 피치샷’과 샷 이글로 끝냈다

3, 6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매킬로이는 전반에만 5타를 줄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과 4타를 줄인 미켈슨, 3타를 줄인 리키 파울러(미국)에 밀려 선두와 3타차까지 벌어졌다.

매킬로이는 7번홀(파5)에서 결정적인 피치샷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이 홀에서 매킬로이는 두 번째 샷한 공이 오른쪽 그린사이드 벙커 뒤에 멈췄다. 왼발이 낮은 내리막 라이에서 벙커를 넘겨 핀을 공략해야 했다. 게다가 핀까지의 거리는 10m밖에 안돼 거리조절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낮은 탄도로 벙커를 넘어간 볼은 그린에서 스핀을 먹더니 홀 1.2m 옆에 멈춰섰다. 매킬로이는 여기서 버디를 잡으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선두그룹에 2타나 뒤져 있던 매킬로이는 10번홀(파5·590야드)에서 전세를 뒤집었다. 281야드를 남겨두고 페어웨이 우드로 친 두번째샷이 그린 앞 ‘개미 허리’를 타고 구르더니 홀 2m 옆에 멈춰 이글로 연결됐다. 매킬로이는 첫날 이 홀에서 두번째샷이 OB가 나며 더블보기를 한 나쁜 기억을 떨쳐내고 우승의 발판으로 삼았다.

매킬로이는 단숨에 공동선두로 올라섰고 13, 17번홀(이상 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우승까지 내달았다. 특히 17번홀에서는 페어웨이 벙커에서 9번 아이언으로 홀 3m 옆에 붙여 버디를 낚으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매킬로이는 “이렇게 역전을 거듭하는 방식으로 우승한 것이 가장 만족스럽다”며 “특히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우승을 일궈낸 것이 의미가 크다”고 즐거워했다. 미켈슨은 “매킬로이는 현재 그 어떤 선수보다 강하다”며 “그는 정말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미켈슨, 메이저대회 9번째 2위

2타차로 추격하던 미켈슨과 파울러는 마지막홀에서 이글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린에지에서 친 미켈슨의 칩샷은 홀 바로 옆에 멈춰 버디에 그쳤다. 15m 이글 퍼트를 한 파울러는 1m 버디 퍼트마저 실패하며 스텐손과 공동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미켈슨은 메이저대회에서 9번째 2위를 기록했다. 파울러는 사상 처음 우승 없이 한 해 열린 4대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5위 안에 드는 진기록을 남겼다. 우승을 포함해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5위 이상을 기록한 사례는 니클라우스와 우즈뿐이다.

이날 폭우로 인해 2시간가량 경기가 지연되면서 석양이 질 무렵 경기가 종료됐다. 주최측은 어둠이 몰려오자 마지막홀에서는 앞팀이 있는 상황에서 양해를 구하고 치는 일명 ‘티샷 사인’을 하기도 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