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 미안해!” > 이미림(오른쪽)이 1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CC 17번홀에서 열린 연장 2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박인비와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언니, 미안해!” > 이미림(오른쪽)이 1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CC 17번홀에서 열린 연장 2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박인비와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300야드가 안되는 17번홀(파4·269야드)에서 열린 연장 2차전.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은 드라이버를 빼들고 겁없이 그린을 직접 공략했다가 그린 왼쪽 벙커에 빠졌다. 반면 한국 여자골프의 ‘에이스’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아이언으로 티샷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거리인 110m 지점으로 공을 보냈다.

그러나 다소 강하게 맞은 박인비의 두 번째샷은 홀을 6m가량 지나쳤고 이미림은 벙커턱 바로 밑에 멈춘 공을 기막힌 벙커샷으로 홀 1.5m 옆에 붙였다. 세계 최고 퍼팅 실력을 자랑하는 박인비의 퍼팅은 홀 벽을 스친 뒤 돌아나왔고 이미림은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 데뷔 첫해에 첫승을 따냈다. 이번이 미 LPGA투어 14번째 대회였으며 올해 창설된 마이어LPGA클래식(총상금 150만달러)의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미림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CC(파71·641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박인비에 1타 뒤진 2위로 시작했으나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로 박인비와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4)에서 열린 첫 번째 연장전에서 이미림은 8m, 박인비는 4.5m 버디 찬스를 맞았으나 나란히 파를 지켰다. 박인비의 두 번째샷은 홀컵을 맞을 정도로 정확했으나 홀을 크게 지나쳤다.

2010년 KLPGA 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이미림은 2012년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통산 3승을 거두고 지난해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LPGA투어에 진출했다. KLPGA투어의 대회수와 상금이 늘면서 톱랭커들의 미국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림의 도전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첫승을 대선배이자 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를 상대로 거뒀다는 점에서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한국 선수로 올해 두 번째 우승에 성공한 이미림은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2억3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41만4135달러를 기록, 상금 순위 23위에 올랐다. 세계 랭킹도 71위에서 29위로 상승했다.

마지막날 박인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과 우승경쟁을 펼친 이미림은 “상대 선수가 누구인지를 의식하지 않고 내 플레이에만 집중하려고 했다”며 “신인상을 향해 끝까지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이미림은 이어 “(박)인비 언니는 한국에서 영웅과도 같은 선수로 나도 언니처럼 되고 싶고, 따르고 싶다”며 “이번 우승을 계기로 자신감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패자’ 박인비도 후배의 우승을 축하했다. 박인비는 “이미림은 아직 어리지만 꾸준하고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루키 시즌에 우승하는 것은 매우 큰 자신감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또 “이미림이 LPGA투어에 진출할지, 아니면 KLPGA투어에 머물지 고민했을 텐데, 좋은 선택을 한 게 분명할 것”이라며 이미림이 미국 무대에 도전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페테르센은 합계 13언더파 3위에 올랐고 양희영(25)은 합계 9언더파 공동 5위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