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건설사 저가 수주의 폐해
“지하철 승차장에서 출입구까지 거리가 갈수록 멀어지고 있습니다. 보행 거리가 늘어난다는 얘기입니다. 저가 수주한 건설사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암반 공사 등 사업비가 많이 드는 공정을 피하기 때문입니다.”(모 건설사 관계자)

최저가낙찰제(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제도)로 수주를 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 건설사들이 도로 철도 등 공공공사 입찰을 기피하고 있다는 보도(▶본지 8월8일자 A1·3면)가 나간 뒤 대형 건설사 공공공사 수주 담당자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그동안 진행된 저가 수주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공공공사 담당자는 고속도로 품질 문제를 꺼냈다. 최저가입찰제 공사 구간과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민자고속도로 구간에서 만족도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도로 폭, 바람막이 시설, 가드레일 등에 차이가 나 주행 중 소음문제는 물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다르다는 지적이었다. 이 관계자는 “입체교차로를 빠져나갈 때도 이용객 편의보다는 공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향으로 설계가 이뤄지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제보가 과장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당장은 예산을 절감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 불편, 안전사고 등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은 국민들이 이용하는 주요 기간 시설이다. 아직도 도로 증설, 교량 개·보수 등 생활 밀착형 SOC가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최저가낙찰제 탓에 공사를 아예 시작도 못하거나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것은 문제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원이 부족해 예산 절감을 외치는 것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공사 현장 곳곳에서 품질 저하와 안전 사고, 건설 근로자 구조조정 같은 부작용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건설사별로 SOC 공사 수주가 줄어들면서 건설 노동자가 설 자리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공공공사 수주 시장의 왜곡이 내수 경기 회복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한 대형 건설사 사장의 우려를 곱씹어 볼 때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