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이해하려고 책 10여권 샀죠
프란치스코 교황과 20년 동안 알고 지내온 문한림 아르헨티나 산마르틴 교구 보좌주교(59·사진)는 11일 이렇게 말했다. 문 주교는 서울 가톨릭대에서 공부하다 1976년 아르헨티나로 이민해 사제가 됐고, 지난 2월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보좌주교에 임명됐다. 교황 방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귀국한 문 주교를 서울 옥수동성당에서 만났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인물이 교황 아니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지금은 그렇죠. 교황이 되기 전 주교, 추기경 시절에는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어떤 일을 하는지 주위 사람들도 잘 몰랐어요. 저도 베로골리오(교황의 본명) 추기경이 어디 가서 누구 발을 닦아주셨다는 등의 소식을 가끔 보도로 접하니까 ‘좀 특별하시구나’ 정도로만 생각했지 잘은 몰라요. 그래서 귀국하면서 교황님에 대한 책을 열댓 권 샀어요. 다만 주교들 사이에선 조용하지만 일을 알차게 하시는 분으로 인정받았죠. 교황을 뽑는 추기경도 이런 점을 알고 계셨을 겁니다.”
문 주교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만난 것은 20년 전인 1994년. 시립병원 원목 사제로 있을 때 한국의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을 아르헨티나로 초청할 때 교구 보좌주교로 있던 교황과 처음 만났다고 했다. 그동안 교황에게 달라진 점은 없을까.
“사실 별로 달라진 게 없어요. 교황이 되기 전에는 교황의 격의 없는 행동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거수일투족이 알려지는 게 다를 뿐이죠. 교황께서는 원래 로마의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 참석한 뒤 은퇴하려고 했어요. 사제양로원에 방까지 정해놓았거든요.”
교황에서 문 주교가 배우고 싶어하는 것은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다. 지금이나 그 전이나 교황은 소탈하고 인간적이다. 이야기를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상하다. 전화로 메시지를 남기면 직접 전화를 주고, 편지를 하면 직접 답장도 써 보낸다고 한다. 교황의 엄청난 인기도 그런 평범함과 친근함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그는 설명했다. 방탄차를 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교황은 방탄차로 세상과의 장벽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늘 가난한 교회, 가난한 이들의 편을 드는 교회를 강조한다. 부자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문 주교는 “그렇다고 교황님이 결코 부자를 배척하지는 않는다”며 “실제로 부자들을 많이 알고 지내는 그분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소외된 이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부자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물질에 묶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른바 ‘개혁 교황’의 방한이 한국 사회에 많은 과제를 던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이에 대해 문 주교는 “교황은 한국의 나쁜 점을 지적하기보다 좋은 점을 밀어주러 오시는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교황을 어떤 마음으로 맞아야 할지 묻자 이런 답을 내놨다.
“교황님은 한국을 많이 사랑한다고 하셨잖아요. 그 나라의 국민을 만나러 개인 휴가를 이용해서 방문하시니 그냥 기쁘게 받아주시면 됩니다. 사랑하러 오시는 분한테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많이 사랑받고 위로받으세요.”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