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단기사채(이하 전단채)는 지난해 1월15일 ‘전자단기사채 등의 발행 및 유통에 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도입됐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자금을 종이가 아닌 전자로 발행하고 유통하는 금융상품이다. 기존 기업어음(CP)을 대체할 목적으로 등장했다. 발행이 전자적인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물 형태인 CP와 달리 거래지역에 한계가 없다. 위변조나 분실 같은 위험을 없앨 수 있고 발행 사무를 간소화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유통 및 발행 내역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운 CP에 비해 전단채는 한국예탁결제원의 결제사이트(seibro.or.kr)를 통해 발행 현황, 과거 발행액, 발행사 발행한도 등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안전성과 발행·거래의 투명성을 기반으로 전단채는 CP의 입지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단기 금융상품으로 각광

전단채는 소액 매매가 가능하다. 증권사 영업점 창구를 통해 개인 고객을 중심으로 인기리에 판매되는 배경이다. 보통 1억원 이상 매매가 가능한 CP와 다르다.

선진국은 오래전 전단채 발행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1990년) 유럽(2003년) 일본(2003년)이 차례로 시행했고, 지금은 주요 단기금융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은 CP 발행 잔액 대부분이 전단채로 대체됐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6일 기준 CP, 전단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단기 금융증권 발행 잔액을 살펴보면 3개월 이내 전단채가 전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전단채는 CP 수요를 대체해 3개월 이내 단기 금융증권 중에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전단채 발행 증가는 투자자 입장에선 새로운 단기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전까지 쉽게 접근할 수 없던 CP시장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발행사를 골라 본인의 위험 감내 수준에 맞게 투자할 수 있다.

높은 수익과 짧은 만기가 장점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2% 밑으로 떨어지자 단기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과 기업, 개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빠른 투자자들은 이미 작년부터 전단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단채의 장점으로 우선 높은 수익률을 꼽을 수 있다. 발행 편의성이 개선되면서 똑같은 등급의 회사채에 비해 수익률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다. 발행사들이 발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특히 AB전단채(유동화전단채)의 경우 건설회사,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금융회사 등의 신용보강 및 유동성 보강이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신용보강은 전단채가 지닌 신용위험을 다른 기관이 보강하는 행태다. 건설사가 신용보강하는 경우와 금융회사(주로 증권사)가 매입 확약을 통해 자체 신용으로 보강하는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유동성 보강이란 전단채의 신용등급이 특정 등급 이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매입을 약정한 증권사가 전단채를 매입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A1, A2 등급의 저위험 전단채라면 3개월짜리 금리 수준이 연 3~4% 선이다. 같은 만기의 시중은행 정기예금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

짧은 만기는 전단채의 ‘강력한 무기’다. 전단채는 관련법상 1년까지 발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3개월 이내 발행 땐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전단채 만기가 3개월 이내인 이유다.

투자자 입장에선 만기가 짧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짧게 가져갈 수 있다. AB전단채는 차환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자는 3개월 이내의 만기가 돌아오면 같은 구조의 AB전단채로 재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가 단기자금을 운용할 때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얘기다.

원리금 손실 가능성은 있어

단기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투자자라면 전단채가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만기가 보통 3개월로 짧은 데다 금리가 연 3~4%로 높아서다. 발행자의 신용 및 유동성보강을 통해 안정성도 추가할 수 있다.

현대증권만 해도 저위험 위주의 A1 등급부터 A2 등급까지 다양한 전단채를 판매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에서 주로 판매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 구조의 AB전단채뿐만 아니라 중국은행 신용연계채권(CLN) 등 안정적이면서 수익률이 높은 채권 상품이 있다.

전단채 투자자를 분석해 보면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 번 투자했던 사람들은 재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단채의 투자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원 한도로 보호해주는 예금이나 보험과는 다르다. 발행자 신용도에 따라 원리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전단채에 투자할 땐 증권사를 대상으로 발행자의 신용위험과 상품구조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투자자의 몫이다.

이창용 < 현대증권 FICC영업본부장 cylee@stockmark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