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대비하자…물가채·ELS '들썩'
지난해 은퇴한 10억원대 금융자산가 이모씨는 ‘물가연동채권 11-4호’를 지난달 말 5000만원어치 샀다. 기준금리가 조만간 내려가고 내수경기 회복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물가채는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채권 원금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대비 상품이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초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금융투자상품을 찾는 자산가가 늘고 있다.

◆물가채 관심 다시 커져

최근 자산가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품은 물가채다. 물가채의 표면 이자율은 1.1~1.5% 정도로 낮지만 채권 원금이 물가상승률에 따라 늘어난다. 11-4호 등 2013년 이전 발행 상품의 자본이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분리과세(세율 33%)도 적용된다.

사실 물가채는 올초 이후 물가상승률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추석 연휴 등이 포함된 올 3분기에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한 국내 대형 증권사의 물가채 소매판매 금액은 지난달 약 90억원으로 3월(4억원) 대비 크게 늘었다.

채권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8월 이후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강남지점 PB는 “8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2.5% 정도까지 떨어졌지만 일부 투자자는 8월 이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기대하고 있다”며 “한발 앞서 비우량 장내 채권 매매를 주문하는 자산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늦기 전에 ELS 가입”

ELS는 ‘늦게 가입할수록 손해’라는 분석 때문에 인기다.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투자은행(IB)으로부터 일부 ELS를 들여와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국내 증권사는 대가로 해외 IB에 ‘CD금리+알파’를 지급한다. 기준금리 인하로 CD금리가 하락하면 외국계 증권사가 제공하는 ELS의 기대(쿠폰) 수익률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중형 증권사 ELS 담당자는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떨어지면 ELS 기대 수익률은 1%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으로 분석된다”며 “기준금리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은 지금 가입하는 게 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배당주도 금리 인하 수혜

증권주와 증권주ETF도 기준금리 인하 시 적합한 상품으로 평가된다. 증권사들은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채권 평가이익이 늘어난다.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크다. 최근 가격 제한폭 2배 확대 등으로 어느 때보다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다만 증권주와 증권주ETF가 단기 급등했다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증권ETF인 ‘KODEX증권’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불거진 지난달 금통위 이후 13.75% 급등했다. 배당주의 추가 상승도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이 체감하는 배당주의 배당수익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