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부하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면 자기 자리로 부르기보다 상사 스스로 먼저 다가가라
부하를 어떻게 하면 잘 관리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경영서적은 수없이 많다. ‘부하를 고객이라고 생각하면 90%의 일은 잘된다’는 책이 특별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저자에 대한 신뢰와 그 주장의 논리정연함에 있다.

저자인 하야시 후미코는 1995년 BMW 도쿄신주쿠지점장 시절 연간 522대를 팔아 최우수 점포로 꼽힐 정도로 자동차 영업 분야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 후 폭스바겐도쿄 사장, BMW도쿄 사장, 슈퍼마켓 다이에 회장을 거쳐 현재는 요코하마 시장으로 있다.

저자는 “관심 없는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놓느냐에 영업의 성패가 달렸다. 상사와 부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고 말한다. 그는 부하에게 얘기할 때 반드시 “OO씨”라고 말하고, 일이 있으면 자기 자리로 부르는 대신 스스로 다가갈 것을 주문한다. 성급하게 자신의 성공담을 늘어놓는 것도 피해야 한다.

부하의 실패와 고민에 대해 “이해하네. 나도 그랬어”라고 우선 공감을 보일 것을 조언한다. 그러면서 “내가 그 자리에 있었으면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내 실수도 있었네…. 미안하네”라고 말하면 부하는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다 보면 사실 부하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부하의 실패를 모두 상사가 짊어지면 윗선은 버틸 수 없다. 하지만 실패를 보고할 때 상사로부터 “나도 나빴다. 미안”이라고 들으면 역시 무언가 느끼는 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하야시 방식으로 하기 위해서는 상사에게 어느 정도 업적과 신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상사라면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작용해 거꾸로 고압적이기 쉽다. 그러면 부하는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기 힘들어지고 실적도 오르기 어렵다. 저자의 주장에 수긍이 가면서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생각이 함께 머리를 스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