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우리의 억울한 눈물을 닦아주고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교황에게 드리는 편지'를 전하고 "세월호 가족들의 소망을 항상 약자와 고통받는 자의 편에 서는 전 세계인과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대책위 측은 "교황이 세월호 일을 잘 알고 있다고 들었지만 교황과 면담해 우리가 단식농성 하는 이유와 120일이 넘도록 대통령이 약속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인들과 가톨릭 신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길 부탁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 측은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가 눈물 흘리는 사람을 내쫓고 미사를 거행할 수 없다고 말씀해줘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교황 방한에 앞서 천주교가 많은 격려와 위로를 해준 것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14일 가족 4명이 서울공항에서 교황을 직접 맞이하고,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미사 직후 가족 10명이 교황과 비공개로 면담한다고 일정을 공개했다.

특히 대전 미사에서는 전국을 도보순례 중인 세월호 가족 3명이 지고 다니는 십자가를 교황이 직접 받도록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광화문 시복미사가 열리는 16일에도 일부 가족들이 교황을 만나고, 17일 폐막미사에는 생존 학생과 부모들이 참석할 계획이다.

또한 대책위 측은 "교황방한준비위에서 도와주셔서 농성 자리는 유지하기로 했다"며 "논의중이지만 교황 동선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세월호참사대책회의는 이날 오전 청운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고 제대로 된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일부 유가족과 시민 등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향하다가 도로 위에서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은 교통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들을 들어 인도 위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에서 심한 몸싸움이 빚어졌고, 일부 유가족은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책위 측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이 할 말이 있으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했던 말을 믿었기에 면담을 요구했지만 공권력에 의해 차단됐다"며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라고 비판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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