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자동차 파업금지法이라도 만들어야
하루가 멀다하고 불거지는 비정상의 묵은 폐해들로 인해 나라가 혼란스럽다. 자동차 노조는 역시나 통상임금 문제를 구실로 강경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를 건 도박임이 불문가지(不問可知)인데도 말이다.

자동차업계의 통상임금 문제는 한국GM으로 인해 악화됐다. 그동안 한국GM은 추가 임금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반대해왔다. 그런 한국GM은 최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결정해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에서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GM은 잔업과 특근이 많지 않아 통상임금 확대로 인한 비용부담이 작은 기업이다. 여차하면 한국에서 철수해버리면 그만이다. 현대·기아자동차 등은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의 생산직 평균 연봉은 1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생산성은 형편없다. 자동차 1대당 국내공장의 조립 생산성은 인도, 미국, 중국, 체코 등 해외공장의 47~66% 수준이다. 현대차 국내공장은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30.7시간이 걸려 GM(21.9), 포드(20.6), 도요타(27.6), 혼다(26.9), 닛산(18.7) 등에 크게 뒤진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현대차 국내공장의 평균 임금은 2배 이상 올랐다. 2001년 4242만원에서 2011년에는 8934만원으로 불었다.

협력업체 근로자의 대우는 형편없다. 1차 부품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은 완성차 근로자의 40~45%선이다. 한국산 자동차가 세계의 도로를 달리는 데 같이 기여했는데도 보상은 불공평하다.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다. 완성차 업체에는 7만여명이 일하지만 부품 생산업체에는 150만여명이 고용돼 있다.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5%도 안 되는 소수가 나머지 95%에 비해 2배 이상의 임금과 후생을 누린다. 그럼에도 그들은 더 많은 것을 갖겠다며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인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출범 이후 2009~2011년을 빼고는 매년 파업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파업으로 울산공장 생산라인이 15일간 중단돼 1조원에 달하는 생산차질을 빚었다. 완성차업체가 파업하면 1차 협력사와 2, 3차 협력 납품업체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완성차업체 파업으로 인한 협력사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1차 협력사 A사의 경우 완성차업체가 15일간 파업하면 매출손실 약 350억원, A사 근로자 직접임금 손실 약 20억원, 추가 특근에 따른 A사의 임금 추가지급 손실 약 40억원, A사 관련 2, 3차 협력사 매출손실 약 150억원, 그들 근로자의 직접임금 손실 약 10억원 및 손실추가액 약 20억원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수천개 협력사의 손실을 합하면 수조원대에 이르는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개별 기업은 물론 산업생태계 간에도 경쟁한다. 현대·기아, 도요타, 폭스바겐 등 개별 기업 간 경쟁만이 아니라 각 완성차 업체와 부품기업들이 하나의 협력 생태계를 이뤄 생존해 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완성차업계 노조의 파업은 임금 격차를 더욱 과도하게 하고 결국은 그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된다. 산업 전체의 생존을 위해 ‘파업금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강력히 염원하는 까닭이다. 협력업체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파업 등으로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개봉 12일 만에 관객이 1000만명을 넘은 영화 ‘명량’에서 충무공 이순신은 이렇게 일갈한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죽어야겠지, 내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조국을 지키려는 지도자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 사회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그런 열정과 결의를 갖고 있는가.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khg@ahpek.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