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법정 퇴직금 제도를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퇴직연금 제도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은퇴 후 관리하는 데 위험부담이 큰 퇴직금 일시금 지급보다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의 일환이다. 현행 계약형에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자산운용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노동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은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 정책세미나’를 개최하고 퇴직금의 단계적 폐지와 퇴직연금 의무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사적연금 제도개선안을 공개했다.
"퇴직금制 없애고 퇴직연금 의무화해야"
이번 방안은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보건복지부, 주요 연구단체 등이 참여한 ‘사적연금 활성화방안 태스크포스(TF)’에서 3개월여간 마련한 것으로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달 확정발표된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강동수 KDI 금융경제연구부장은 “기업 규모별로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5년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됐지만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장의 경우 퇴직연금 도입률이 극히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 비율은 91.3%에 달했지만 중소기업은 15.9%, 영세사업장은 14.5%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는다는 뜻이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경우 준비 안된 창업이나 무리한 투자 등으로 이어져 노후를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강 부장은 현행 퇴직급여체계가 퇴직금과 퇴직연금 제도로 이원화돼 있어서 퇴직연금 가입률이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퇴직금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퇴직연금 제도로 일원화해 퇴직연금의 가입 대상과 가입률을 높여야 한다”며 “대형사업장에서 소형사업장으로 확산시키는 등 순차적 방식으로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을 의무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6일 퇴직연금을 선택할 경우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 부담을 30% 줄여주는 내용이 포함된 2014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역시 퇴직금을 퇴직연금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강 부장은 현행 퇴직연금제도가 계약형 연금제도만 허용하고 있어 연금 가입자의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금융회사와 계약을 맺고 퇴직연금 운영 관리를 일괄적으로 위탁하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과 더불어 노사가 별도 수탁자를 지정한 뒤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형과 기금형을 병행해 제도 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과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을 시범적으로 도입해 운영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이어 강 부장은 퇴직연금 자산운용 규제는 전면 폐지하거나 총위험자산 투자한도나 보유한도만 관리·유지하는 식으로 완화해 연금자산의 기반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연금의 중도해지를 막아 사적연금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고 일시금보다는 연금식 수령방식을 확산시키는 방안도 내놨다. 개인연금 운용수수료를 할인하고 연금담보대출 활성화 등 유인책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