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로버트 웨스만 알보젠 회장 "한국서 악타비스 같은 성공스토리 만들겠다"
마켓인사이트 8월 13일 오후 2시 45분

“한국 제약업계의 경쟁력이 한국에서 오히려 저평가받고 있습니다. 근화제약과 드림파마는 알보젠이 아시아 시장에서 톱5 제약사로 성장하는 핵심기지가 될 것입니다.”

미국 제약회사인 알보젠의 로버트 웨스만 회장(44·사진)은 향후 아시아 시장 전략을 이같이 밝혔다. 알보젠은 2012년 말 근화제약에 이어 최근 드림파마까지 인수한 회사다. 근화제약 인수 후 근화제약에 두 개의 복제약(제네릭) 판권을 499억원을 받고 넘기려다 실패했으며, 드림파마를 시장 예상보다 비싼 값(1945억원)에 인수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웨스만 회장은 “한국 제약업계의 경쟁력을 한국 기업만 모른다”며 “최소 10년 이상 장기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회사 왜 사나.

“2010년 이전만 해도 미국시장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바뀌고 아시아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제약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는 아이슬란드의 작은 기업 악타비스를 글로벌 3위의 제네릭 회사로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또 다른 성장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

▷한국은 미국과 다르지 않나.

“한국에는 많은 중소 규모의 제약사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제품 포트폴리오가 약하고, 생산 비용이 높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충분히 투자하기도 어렵다. 역으로 이 지점에 기회가 있다고 본다. 알보젠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통합 비즈니스 체제를 구축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양적,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통합체제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나.

“물론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 근화제약에도 작년에 제조 공장을 짓기 위해 알보젠이 1200만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앞으로 중국 대만 베트남 미얀마 홍콩 싱가포르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근화제약과 드림파마는 아시아시장 진출의 핵심 기지가 된다.”

▷드림파마를 비싸게 샀다는 지적이 있는데.

“작지만 기대가 큰 회사다. 주력 제품인 비만치료제는 알보젠이 취약한 분야다. 드림파마 인수로 100여개의 신규 제품을 확보하게 됐다. 향후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면 거래 가격은 업계 평균보다 낮다고 판단한다.”

▷근화제약에 알보젠의 복제약 판권을 비싸게 팔려 했다는 얘기도 있다.

“근화제약이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었다. 가격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소액 주주들이 반대한다고 해 놀랐다. 주주총회를 열어 표결에 부쳤고 결과에 승복했다. 미국에 진출하는 대신 아시아 지역에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근화·드림파마 간 합병계획은.

“이주형 근화제약 대표가 드림파마 경영도 맡는다. 하지만 기술이 다르고 공장도 따로 갖고 있는 만큼 당분간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영업, 판매 인력 부문은 공유할 요소가 많다.”

▷다른 아시아 시장에서도 인수합병(M&A) 계획이 있나.

“대만에서 로투스라는 현지 기업을 인수했고, 중국 등 아시아를 포함해 세계 30곳에 알보젠 지사가 있다. 늘 두세 개 인수 후보 기업을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 하지만 근화제약과 드림파마가 미국 본사에 이어 가장 큰 자회사가 됐기 때문에 당분간 한국에서는 M&A할 계획은 없다. 태국 등 동남아 지역의 유력 기업을 인수할 계획이다.”

■ 로버트 웨스만 회장은

2009년부터 알보젠을 이끌고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태어나 아이슬란드대에서 경영과 의학을 복수 전공했다. 1993년 대학을 졸업한 뒤 해운업에 종사하다 1999년에 제약업에 뛰어들었다. 직원 99명의 작은 아이슬란드 제약회사인 악타비스를 7년 만에 직원 1만1000명의 글로벌 3위 제네릭(복제약) 제약회사로 성장시켰다. 2008년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