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먼 미래만 보지마라…세상의 모든 건 현재진행형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라이브이고 실시간이며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이유로 ‘구글 나우’가 실시간 맞춤형 검색으로 성장하고 있고, 이메일이 문자 보내기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또한 H&M, 자라 같은 회사가 실시간으로 8000㎞ 떨어진 매장 계산대에서 상품 태그를 스캔한 자료로 즉시 옷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책마을] 먼 미래만 보지마라…세상의 모든 건 현재진행형이다
바이럴 미디어, 디지털 네이티브, 소셜 화폐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낸 미디어 이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 뉴욕대 교수는《현재의 충격》에서 디지털 자아와 아날로그 육체의 불일치로 인한 새로운 불안 증세인 ‘현재의 충격(present shock)’ 현상으로 현대사회를 진단하고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은 현재의 충격이 우리에게 보여지는 다섯 가지 방식을 다룬다. ‘서사의 붕괴’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미디어와 기술로 동시에 한 곳 이상의 장소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인 ‘디지털 분열’, 큰 단위의 시간 척도를 아주 작은 부분으로 쪼개서 보는 ‘과도한 태엽 감기(overwinding)’, 실시간 형태의 인지 활동에 집착하는 ‘프랙털 강박(fractalnoia)’, 끝날 것 같지 않은 현재 때문에 종말을 갈망하는 ‘아포칼립토’까지 소개한다.

저자는 20세기의 끝을 미래주의로 규정한다면 21세기는 현재주의라고 말한다. 그의 시각으로 보면 미국은 단순히 미국인이 사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시간을 여행하는 것이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아니라 창조적인 사람이 기술을 지배할 수 있는가를 꿈꾸었던 차고의 두 청년이다.

우리는 미래의 모습을 그리느라 현재에 대해 더 이상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시작했다. 기업은 기본이 되는 경쟁력보다 미래 계획에 더 많은 돈과 자원을 투입한다. 저자가 상담했던 기업 한 곳은 상품선물에 투자했다. 하지만 자기 회사의 혁신은 외면한 채 미래에 투자했다가 오히려 핵심 역량을 도태시키고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월트 디즈니 테마파크는 1990년대 중반에 이르자 명성과 수익률 모두 하락세에 직면했다. 최고경영자 마이클 아이즈너는 한 세기 가까이 축적된 디즈니의 콘텐츠와 무관하게 테마파크라는 것은 언제나 현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온전히 현재주의에 입각해 테마파크가 돌아가도록 만들었다. 시설을 확충하는 것보다 현장의 소통과 혁신 방식을 바꾸는 데 더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사업 철학은 혁신은 위에서 내려오는 것도, 축적된 과거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닌, 현재 이 순간 땀을 흘리는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구글과 아이튠즈를 통해 바로 접속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는 문화 전체가 홑겹의 얇은 두께를 지니게 된다. 시간의 축적 과정은 사라지고, 모든 지식은 현재형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개인이나 기업을 막론하고 개별적 미래를 너무 멀리 내다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지금 당장 자신과 다른 사람, 사물을 이어주고 있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