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조기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나라마다 고용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이유지만 세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영국의 임금 상승세가 기대에 못 미친다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 이후로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중앙은행(BOE)은 이날 발표한 물가보고서에서 2분기 평균 주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분기 임금이 하락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현저하게 낮은 임금상승률로 인해 연 0.5%인 기준금리 인상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서서히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7월 소매판매가 6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하는 등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경제지표가 나오면서 조기 금리인상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전주보다 2만1000건 늘어난 31만1000건으로 집계됐다.

최근 미 중앙은행(Fed)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노동시장 참여율 하락에 따른 소비 위축과 경기회복 부진을 거론하며 금리 조기 인상설을 누그러뜨렸다. 미국 경기가 호조세를 보이더라도 유럽과 일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Fed가 기준금리를 섣불리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인도와 호주, 유럽중앙은행도 통화정책회의에서 잇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RBI)은 지난 5일 경제 불확실성이 높다며 연 8%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호주중앙은행(RBA)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임금 상승률이 종전보다 낮아 노동시장이 불안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