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제 잘못이고,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입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겠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재현 CJ 회장은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는 최대한 관용을 베풀어 달라”며 이같이 최후진술을 했다.

이 회장은 이날 환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채 법정에 나왔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회장의 변호인 측은 이 회장이 건강 악화로 신경안정제를 투여받고 있어 그에 대한 신문도 취소했다. 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징역 4년과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지만, 신부전증을 앓던 이 회장이 작년 8월 신장이식수술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던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 회장은 이후 항소심 재판부가 구속집행정지 재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 지난 4월 구치소에 수감됐다가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변호인은 오는 22일 만료되는 구속집행정지의 연장을 거듭 신청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CJ 관계자들이 재판정을 지켰다.

이 회장은 힘겹게 말을 이어나갔다. 이 회장은 “살고 싶습니다”라며 “CJ의 여러 미완성 사업들을 다시 시작해 글로벌 생활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사업보국이라는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길지 않은 제 짧은 생을 국가와 사회에 헌신할 수 있도록 제 건강과 진정성을 깊이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주길 간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회사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운영해야 할 이 회장이 세금을 포탈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만큼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1심 때 징역 6년을 구형했던 것에 비해 줄어든 것이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비자금 조성 자체로는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고, 사적 용도로 썼을 때만 횡령죄가 된다”고 말했다. 또 “포탈 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횡령액도 전액 변제했다”며 “제3자에게 끼친 손해가 없는 데다 이 회장이 신장이식수술 후 사실상 10년 미만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내달 4일 오후 2시30분에 판결을 선고하기로 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