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큐리는 없었다…그래도 퀸은 위대했다
데뷔 43년만에 첫 내한 공연
프레디 머큐리 영상 나오자 관객들 ‘탄성’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가 어쿠스틱 기타 한 대를 메고 무대 위에 앉아 익숙한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의 첫 소절을 연주하자 관객들이 이를 모두 따라부르는 장관이 펼쳐졌다. 간주가 끝나고 메이가 기타를 한 박자 쉬자 무대 뒤 영상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바로 프레디 머큐리였다. 메이의 기타 연주와 머큐리의 목소리가 노래를 하나로 만들었다. 비록 머큐리는 없었지만 감동을 느끼기엔 충분한 무대였다.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퀸이 14일 서울 잠실 올림픽경기장에서 진행된 록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4’에서 내한공연을 가졌다. 퀸의 한국 공연은 1971년 데뷔한 이후 43년 만에 처음이다.

퀸은 결성 당시 프레디 머큐리(보컬), 브라이언 메이(기타), 존 디콘(베이스), 로저 테일러(드럼) 등 4명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1991년 머큐리가 사망하고 1997년 디콘이 은퇴한 뒤 메이와 테일러를 주축으로 팀을 유지하고 있다. 테일러는 1984년 프로모션 차 방한한 적이 있지만 메이는 이번이 첫 한국 방문이다.

오후 8시30분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무대에는 퀸을 상징하는 마크가 그려진 거대한 가림막이 내려왔다. 가림막 뒤편에서 사운드 체크 소리가 들려왔다. 서서히 소리가 커지자 관객들이 규칙적인 박수를 치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마침내 천막이 내려가면서 강렬한 기타 소리와 함께 ‘나우 아임 히어’가 연주됐다.

다음부터 쉴 새 없이 퀸의 명곡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스톤 콜드 크레이지’, ‘어나더 원 바이트 더 더스트’, ‘킬러 퀸’, ‘섬바디 투 러브’,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언더 프레셔’, ‘라디오 가가’, ‘보헤미안 랩소디’, ‘위 윌 록 유’, ‘위 아 더 챔피언’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많은 명곡들이 연주됐다. 관객들은 ‘떼창’으로 화답했다.

환갑을 넘어 칠순이 가까워진 나이지만 메이와 테일러 모두 건재함을 과시했다. 특히 메이는 여느 때처럼 기타픽 대신 동전을 들고 신기에 가까운 연주를 선보였다. 공연 도중 마련된 솔로 무대에선 기타 소리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압도적인 연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테일러 역시 파워풀한 드럼 연주로 박수를 받았다.

공연에서 머큐리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2009년 준우승한 팝스타 아담 램버트. 1982년생으로 퀸 멤버들의 아들뻘이지만 2012년부터 투어 공연을 함께 하고 있다. 메이는 최근 인터뷰에서 램버트와의 공동 작업이 ‘하늘의 뜻’이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램버트는 파워풀한 고음으로 대부분 노래를 무리없이 소화해냈고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역으로 공연에서 ‘하이라이트’로 꼽을만한 두 장면은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머큐리의 목소리가 메이의 기타 소리와 함께 흘러나올 때와 정규 공연 마지막 곡이었던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머큐리와 램버트가 노래를 주고 받으며 부를 때였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마치고 멤버들이 퇴장했지만 관객들은 그대로 남아 ‘위 윌 록 유’의 후렴구를 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테일러가 나와 익숙한 세 박자로 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열광했다. 마지막 곡 ‘위 아 더 챔피언’을 모두 마친 뒤에도 퀸 멤버들과 관객 모두 공연장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메이는 연신 관객들을 향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퀸’이 역사 속 밴드가 아니라 역사를 쓰고 있는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한 무대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