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中 가공무역 아닌 내수시장 뚫어라
지난 20년간 중국은 한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1992년 수교 이후 중국은 가죽, 인조섬유 등 경쟁력이 약화된 제품의 활로를 제공했으며, 한국의 중고급 기술에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결합한 분업시스템을 통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 기여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 경제회복의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면서 한국 경제의 ‘근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7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은 814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 감소했다. 월별로는 5월 9.4%, 6월 1.0%, 7월 7.0%로 3개월 연속 줄었다.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의 1~6월 대중국 수출이 8.5% 증가한 것과 비교해 봐도 매우 저조한 수치다. 중국은 한국 총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대중국 수출 감소의 원인은 한국이 중국 경제의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고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데 있다. 중국이 내수중심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중국을 제3국 수출용 생산기지로만 활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때 50%를 넘었던 중국의 가공무역 비중이 25.5%로 줄어들었는데도 한국의 대중국 가공무역 비중은 47.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공무역 비중이 높기 때문에 중국의 수출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더 큰 원인은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축적한 기술력과 중국정부의 산업고도화 정책으로 중국 기업들의 기술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됐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중국 기업들이 외국기업들에 내준 자국시장을 서서히 찾아가고 있다. 중국정부의 핵심산업 육성정책으로 그동안 수입에 의존했던 석유화학, 일반기계, 디스플레이, 가전 등의 자급률이 크게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짝퉁 아이폰’으로 놀림을 받던 샤오미가 2분기 중국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스마트폰 판매 1위로 올라선 것이 한 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 속에 2005년 11.6%까지 올라갔던 우리 수출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6월 현재 9.3%까지 낮아졌다.

이제라도 대중국 수출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중국정부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하루라도 빨리 내수시장 진출형 수출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중국소비자와 소통을 통해 중국인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수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할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기 타결을 통해 관세를 낮추고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등 우호적 통상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서비스시장 진출 등 다양한 수출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서비스업의 비중이 처음으로 제조업 비중을 넘어섰다. 중국인의 소득증가로 서비스시장이 빠르게 커져가고 있다. 새로운 수출활로를 모색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도 비슷한 세계 최대 시장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한국은 그저 그런 주변국에 머물 것이다. 다행히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와 관련된 대중국 수출전략을 마련 중이다. 중국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전천후 수출전략이 되길 기대한다.

이봉걸 <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fengjie@kit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