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백조(그레이 스완)’의 날개는 꺾일 것인가.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 14일 코스피지수 상승폭은 1포인트에 못 미쳤다. 옵션만기일의 변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확실하게 치고 나가는 모습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사태, 유럽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 잠복해 있는 글로벌 악재들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레이 스완' 고개만 빼꼼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인하를 “급한 불을 껐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12일(971억원)과 13일(4134억원) 14일(1933억원) 등 3거래일 연속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나타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센터장은 “외국인이 코스피지수 2060선을 웃도는 상황에서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간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와 한은의 정책공조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세상승장을 기대하긴 여전히 복병이 많다는 지적이다. 최근 가장 많이 거론되는 ‘그레이 스완’은 유럽 경기둔화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는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다. GDP 증가율이 0.2%였던 전 분기에 비해 상황이 악화됐다. 특히 독일은 5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프랑스는 2분기 연속 제로 성장률을 보이는 등 유럽 핵심지역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유로존의 7월 물가상승률은 전월 대비 -0.75%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가뜩이나 유럽경기 회복이 미약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급속히 악화된다면 국내 증시에 참여하는 외국인들의 투자심리도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인상 조치를 취하면 신흥국 자금이탈 우려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그레이 스완

gray swan. 예상 가능하긴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항상 불안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상존 위기’. 발생 확률이 낮지만 한 번 나타나면 초대형 충격을 주는 ‘블랙 스완(검은 백조)’에 빗대 만들어진 표현.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