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세월호 십자가 로마 가져가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15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했다. 이 리본은 미사 직전 교황을 면담한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대표 10명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달라’는 뜻에서 건넸다.

면담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30분가량 진행됐다. 유가족 등이 미리 준비한 원고를 우리말로 나눠 읽으면 천주교 유흥식 대전교구장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통역했다. 교황은 가족들이 건넨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진지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들었다.

김형기 세월호 대책위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미사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사 때 교황님이 리본을 달고 나와 깜짝 놀랐다”며 “리본과 함께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 단원고 학생들이 함께 쓴 편지와 희생자 학생 304명의 모습이 담긴 앨범 등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김병권 세월호 대책위 위원장은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이 치유되도록 특별법 제정에 정부와 의회가 나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6일 광화문 시복식 때 33일째 단식 중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를 안아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며 “교황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했다.

5㎏이 넘는 십자가를 지고 안산 단원고부터 진도 팽목항을 거쳐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900㎞가량을 ‘도보 순례’한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와 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도 교황을 만났다. 김씨 등은 교황에게 큰절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도보순례 동안 짊어지고 걸었던 십자가를 교황에게 전달했다. 교황은 “십자가를 로마로 가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300명의 억울하게 죽은 영혼이 십자가와 함께 있으니 이들 영혼과 함께 미사를 집전해 달라고 교황에게 부탁했다”며 “교황이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신부는 이날 저녁 브리핑에서 “수백㎞를 걸어온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이호진 씨)이 세례를 요청했다”며 “교황님이 16일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직접 세례를 주시기로 했다”고 밝혔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님은 로마에서도 세례를 주신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세례를 주는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전=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