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2일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영 TV홈쇼핑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상반기 사업자를 선정해 하반기에는 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가 기존 6개 홈쇼핑에 이어 제7홈쇼핑을 만들려는 것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판로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제7홈쇼핑을 통해 중소기업과 신생 벤처기업의 제품을 소개해 이들 기업의 매출을 늘리고 창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홈쇼핑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해 중소기업이 홈쇼핑에 내는 수수료를 떨어뜨리고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도 있다.

그러나 제7홈쇼핑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반론이 거세다. 과거에도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내세워 홈쇼핑을 신설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홈쇼핑 사업자가 계속 늘어났지만 납품 수수료는 낮아지지 않았고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관행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찬성 - 中企제품 홍보·판매 늘고 홈쇼핑 납품 비리 줄어들어

판매수수료 떨어뜨려 유통생태계 정화 기대


정부는 내년에 중소기업 제품과 농수산물을 전용으로 판매하는 공영 TV홈쇼핑 채널을 신설하고 이와 병행해 데이터방송 홈쇼핑 활성화를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중소기업이 꾸준히 제기해온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면서 홈쇼핑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고 불공정 관행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들이 홈쇼핑 채널을 바라는 이유는 중소기업의 마케팅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중소기업은 소비자의 잠재 욕구를 발견해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에 새로움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개발로 대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대기업은 브랜드 파워를 통해 소비자에게 다가가지만 중소기업은 제품경쟁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이런 특성 때문에 중소기업은 자사 제품의 기능적·기술적·심미적 차별성을 강하게 부각시켜야 한다. 중소기업에는 일반 유통 채널을 통한 단순 판매 방법보다는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상세히 설명하고 시연하는 체험 마케팅이 절실히 필요하다.

홈쇼핑은 소비자에게 실감할 수 있는 간접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제품의 홍보 및 판매를 위한 이상적 유통 채널이다. 그러나 기존 홈쇼핑사는 판매 확대 및 수익성 강화를 위해 상세한 제품 소개보다는 충동구매를 위한 구성, 대중성이 강한 제품의 판매에만 관심을 갖는다. 혁신적인 제품의 초기 시장 리스크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성이 강한 홈쇼핑 채널 신설은 초기 창업 기업과 중소기업의 창의·혁신 상품을 다양하게 수용해 중소기업, 특히 초기 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또 소비자에게도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제공한다.

공영 홈쇼핑 설립을 통해 중소기업의 판로 확대뿐만 아니라 유통산업의 잘못된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최근 홈쇼핑업체의 납품 비리가 적발되면서 홈쇼핑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해 다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홈쇼핑과 관련된 불공정거래의 근본적 원인은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홈쇼핑 방송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의 수요는 많지만 방송 공급은 제한적이다. 6개 홈쇼핑 채널이 있지만 하루에 방송할 수 있는 제품의 수도 제한적이다. 홈쇼핑업체마다 수익성이 좋고 비슷하거나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판매 기회는 더욱 줄어든다.

제한된 방송 채널에서 제한된 방송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납품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홈쇼핑사는 납품업체에 횡포를 부리기 쉽다. 게다가 유통 대기업들이 홈쇼핑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통 독과점의 폐해도 크다. 유통의 갑을 관계는 전근대적 유통생태계의 모습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공영 홈쇼핑 채널은 중소기업과 유통채널 간 거래 관계에 시금석을 제공해 홈쇼핑 산업의 높은 수수료를 낮추고 우월적 지위에 따른 불공정 거래관행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홈쇼핑 채널 신규 진입으로 홈쇼핑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홈쇼핑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홈쇼핑사들의 영업이익률이 10~20% 수준으로 매우 높고 앞으로도 홈쇼핑 시장은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좋은 시장에 신규 진입자가 참여하는 것은 경쟁촉진 및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반대 - ‘채널 경쟁’이 수수료 인상 불러…수익 낮은 中企제품 외면할 것

채널 신설보다 기존 中企지원제도 강화를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나돌았던 일곱 번째 홈쇼핑채널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에도 홈쇼핑채널 추가 승인 때마다 등장한 ‘중소기업 활성화’ ‘벤처산업 유통창구’ 같은 전혀 낯설지 않은 낡은 레퍼토리다. 언제까지 이런 슬로건을 내걸고 얼마나 많은 홈쇼핑채널을 늘려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소기업 활성화’는 처음부터 TV홈쇼핑채널을 도입하는 최고 명분이었다. 1995년 처음 승인받은 2개 홈쇼핑채널 중 하나가 중소기업 전용 ‘39쇼핑’이었고, 2001년 추가로 승인받은 중소기업 전용 ‘우리홈쇼핑’을 대기업인 롯데그룹이 인수한 이후 2011년에 ‘홈&쇼핑’이 전용채널로 또다시 승인받았다.

그렇지만 중소기업 단체나 벤처기업들은 여전히 홈쇼핑채널에서 홀대받고 있다며 전용채널을 더 늘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왜 전용채널을 아무리 늘려도 중소기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 답은 왜곡된 유료방송시장 구조와 관련이 있다. 한국의 유료방송시장은 가입자들에게 직접 받는 수신료보다 인터넷부가서비스,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크게 의존하는 전형적인 ‘양면시장’이다. 때문에 케이블TV 같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저가로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 송출수수료를 늘리는 데 매몰될 수밖에 없다. 우리 유료방송 월수신료(ARPU)가 초저가 구조에서 못 벗어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유료방송사업자는 지상파채널 사이사이의 이른바 ‘황금채널’을 홈쇼핑채널사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송출수수료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때문에 홈쇼핑사업자가 늘어날수록 ‘채널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 송출수수료도 급등하게 된다. 실제로 ‘홈&쇼핑’ 출범 2년도 안돼 전체 송출수수료가 2000억원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처럼 늘어난 송출수수료를 보전하기 위해 홈쇼핑채널사업자들은 단위시간에 높은 판매수수료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고가의 대기업제품을 더 많이 편성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홈쇼핑채널 증가는 송출수수료를 인상시키고, 결국 판매수수료가 낮은 중소기업 제품은 밀려나 버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출범한 전용채널이 중소기업 제품을 더 홀대한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늘어난 판매수수료의 최종 피해자는 제품을 소비하는 소비자다.

때문에 아무리 중소기업을 살리고 벤처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거룩한 목표를 내걸어도, 지금 같은 유료방송구조 아래서는 도리어 역효과만 커지게 돼 있다. 그러므로 신규 홈쇼핑채널 추가 승인은 중소기업도 소비자도 아닌 결국 사업권을 딴 사업자만 좋은 특혜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도리어 홈쇼핑채널을 통해 중소기업을 활성화하겠다면 지금 같은 느슨한 편성규제를 보완하고 강화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애매한 중소기업 제품기준 같은 것들은 시급히 고쳐져야 한다.

홈쇼핑채널은 상품판매를 위한 유통창구이기도 하지만 정확하게는 방송채널사업자다. 우리 유료방송시장을 지탱하는 핵심적 위치에 있다. 때문에 홈쇼핑채널 정책은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여러 요인이 포괄적으로 고려돼야만 한다. 그냥 무조건 늘리면 좋을 것이라는 순진한 ‘기계론적 환원론’에 빠져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