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자산운용이 퇴직연금 상품 환매와 관련해 교보생명과 벌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와 국내 대표 보험회사가 소송가액과 상관없이 자존심을 걸고 싸운 소송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교보생명이 퇴직연금 상품 환매를 연기한 골드만삭스투자자문(옛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골드만운용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하자 그로부터 3시간 만에 기관투자가 11곳 중 8곳이 맡겼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기관투자가가 환매를 요구한 돈은 골드만운용 ‘프라임퇴직연금 및 법인용 펀드’ 자산의 80%인 1500억원이었다. 골드만운용은 “펀드를 한꺼번에 환매하면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요동치고 비교적 가치가 낮은 자산만 남게 돼 펀드를 환매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즉각 환매’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교보생명도 골드만운용의 퇴직연금 펀드에 넣어놨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교보생명은 “골드만운용의 환매 연기로 기준가격이 떨어져 4억7700여만원을 덜 받게 됐다”며 소송을 냈다.

교보생명은 전체 환매 대금 581억5900만원의 0.8%에 불과한 돈을 청구하기 위해 대형 로펌인 세종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런 소송의 대형 로펌 수임료가 보통 수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골드만운용도 시장 철수를 결정한 마당에 손배소 패소라는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골드만운용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했다.

1심은 교보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골드만운용 승소로 뒤집었다. 2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0부(부장판사 김인욱)는 “골드만삭스의 환매 연기 결정은 자본시장법상 적법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을 유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