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센타라 그랜드 호텔 56층 야외 바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깔끔하고 화려한 호텔 외관만큼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이 화려한 방콕에서 차로 다섯 시간 달려 뜨랏에 닿은 뒤, 다시 30분간 페리를 타고 들어가 꼬창 섬에 이르면 태국은 오묘한 그 나라 음식처럼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태국 꼬창의 해변에서 요트를 즐기는 여행객. /태국관광청 제공
태국 꼬창의 해변에서 요트를 즐기는 여행객. /태국관광청 제공
편안하고 아늑한 꼬창 판비만 리조트

객실에 놓인 람부탄과 망고스틴을 먹으며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바깥으로 나갔다. 전날 밤에는 보지 못했던 아름다운 리조트가 눈앞에 펼쳐진다. 영화에서나 봤던 무성한 야자수와 풀장. 더 마음에 드는 것은 풀장 뒤로 펼쳐진 바다다. 첨벙, 바다로 뛰어들었다. 수영장과 바다를 번갈아 들락거리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니! 리조트 안을 어슬렁거리던 검은개가 나를 졸졸 따라다녔다. 판비만 리조트에서의 반나절은 스노클링과 맞바꿀 만큼 즐거웠다. 거의 평생을 서울에서 생활한 내게 자연과 그 자연을 닮은 태국 사람들 속에서 보낸 하루는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태국 꼬창 해변에서 한 관광객이 나무 그네를 타고 있다.
태국 꼬창 해변에서 한 관광객이 나무 그네를 타고 있다.
코끼리 트레킹, 화이트샌드 비치

꼬창(코끼리 섬)은 그 이름처럼 코끼리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섬이다. 내게 등을 내준 코끼리는 정해진 루트를 따라 걷다가 갑자기 경로를 벗어나 나뭇잎을 따먹는다. 조련사와 코끼리는 오래된 연인처럼 잠시 티격태격한다. 조련사가 원래의 경로로 돌아가자고 해도 나뭇잎을 먹느라 여념이 없다. 코끼리 이름이 뭐예요? 질러폰. 몇 살이에요? 서른다섯. 나는 또래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질러폰, 미안해. 힘들어서 그러니? 조련사가 다시 달래자 코끼리는 발걸음을 옮겨 원래의 경로로 돌아온다. 코끼리를 타고 숲속을 거닐다 보면 코끼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심란해진다.

오전의 짧은 산행으로 뻐근한 근육통이 느껴질 때쯤 화이트샌드 비치에 도착했다. 이름처럼 새하얀 모래사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근 도로에 있는 마사지숍에서는 싼 가격(1시간에 200바트)에 온몸을 파고드는 타이 마사지를 경험할 수 있다. 마사지를 해주는 이모뻘 되는 태국 여인의 손길이 마음까지 더듬는 듯 저릿하다. 화이트샌드 비치에서 가장 큰 술집인 사바이 바(sabay bar)에서는 아름다운 일몰 아래서 해변을 거니는 연인들을 바라보며 다양한 요리와 음악을 즐길 수 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불쇼다. 감탄이 절로 터지는 불쇼를 보며 태국만큼 ‘힐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라도 드물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영혼의 집합지 카오산 로드

카오산 로드는 저렴한 숙소와 다양한 먹을거리로 전 세계 여행객들을 모이게 하는 인기 여행지다. 고지식한 신사도 무장해제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노천 발마사지는 물론 코코넛 아이스크림, 망고밥 같은 이색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신선한 과일로 유명한 방콕의 오토코 시장에선 농수산물을 주로 판다. 망고스틴, 코코넛, 두리안 같은 다양한 열대과일과 싱싱한 꽃들이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색감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태국의 음식은 뚜껑을 열어보면 언제나 기대 이상이다. 냄새는 지독하지만 속살은 부드러운 두리안, 솜분 시푸드 레스토랑의 게카레볶음, 당도 높은 수박주스, 머리 부분을 떼어내 빨대를 꽂아주던 코코넛 음료의 맛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어느새 침이 고인다. 그러고 보니 처음엔 역했던 ‘고수’의 맛도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눈을 감으면 쪽빛 바다가 잔잔하게 어른거린다.
신선한 과일로 유명한 오토코 시장.
신선한 과일로 유명한 오토코 시장.
■소설가의 여행지 태국 꼬창 - 꼬창 여행정보

꼬창에 가려면 방콕의 카오산 로드에서 출발하는 여행사 버스를 타고 뜨랏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타면 된다. 숙소는 센타라 그랜드 호텔을 추천할 만하다. 5성급 태국 호텔 체인인 센타라 호텔에서 운영하는 대형 호텔로, 칫롬역에서 내려 쇼핑몰인 센탄월드와 붙어 있는 이세탄백화점 오른쪽 길로 들어가면 된다. 전화(02-100-1234)나 이메일(cgcw@centara.co.th)로 연락하면 된다.

판비만 꼬창 리조트(Panviman Koh Chang Resort)는 50개의 딜럭스룸 객실과 정원,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스노클링은 꼬 와이와 꼬 랑 주변에서 즐기기 좋다. 에코 다이버스(039-557-296)를 통해 이용하면 된다. 쿠키 호텔 오른쪽 해변에 있는 사바이 바(0-3955-1098), MRT 캄펭펫역 3번출구 앞의 오토코 시장도 들를 만하다. 태국관광청 한국사무소 (02)779-5417

꼬창(태국)=김의경 < 소설가(장편소설 ‘청춘파산’ 작가) mulgunamu33@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