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은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금융권 보신주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마당이라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긴 늘려야 하는데 연체율 상승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자니 자산건전성이 악화될까 우려되고, 자산건전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자니 정부 정책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을 받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우리·국민銀, 중소기업 대출 '딜레마'
○우리·국민銀, 중기 연체율 최고

대형 은행 중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은 곳은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두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각각 1.82%와 1.27%다. 한 달 이상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다. 은행권 평균(1.04%)을 한참 웃돈다. 경쟁 은행은 이보다 낮다. 중소기업 대출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은 0.6%에 불과하다. 신한은행(0.78%)과 하나은행(0.82%)도 1%를 밑돈다. 농협은행도 1.02%로 양호한 편이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중 ‘고정’ 이하 등급 여신 비중도 다른 은행보다 높다. 금융회사들은 여신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구분한다. ‘고정’을 포함한 ‘회수의문’ ‘추정손실’은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말한다. 6월 말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1.74%, 우리은행은 2.46%다. 시중은행 평균 1.65%를 넘어서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올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다른 은행보다 낮다. 국민은행의 지난 7월 말 중소기업 대출은 68조415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도 올 들어 7월 말까지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1.9%에 불과하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 등의 증가율이 5%를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연체율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섣불리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국은 중기 대출 늘리라고 압박

문제는 금융당국이 계속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보신주의’가 문제 되면서 담보만 챙기지 말고 기술력을 보고 중소기업에 대출해 주라는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호응하려면 ‘기술금융’이나 ‘창조금융’의 이름으로 유망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그것도 담보를 잡지 않고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과 부실률이 높아 밀어내기식으로 대출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그동안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렸다”며 “이 결과 연체율이 상승했다는 점을 금융당국이 고려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각각 68조4155억원과 59조1265억원으로 기업은행(111조8575억원) 다음으로 많다.

물론 이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중소기업 대출이 가장 많은 기업은행의 연체율은 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이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