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사장의 뚝심, 명품 LG 청소기를 만들다
“외부에 맡겨서는 안 되겠습니다. 국내에 생산 라인을 구축합시다.”

지난해 12월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신형 청소기 개발팀에 특명을 내렸다. LG전자는 그 전에는 무선 청소기를 자체 생산하지 않았다. 전량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었다. 조 사장은 진짜 ‘프리미엄급’ 청소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국 등 해외 조립 공장에 일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청소기 개발팀은 고광택 외관을 만들기 위해 최고급 사출기를 들여오는 등 모든 제조 장비를 새로 구매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가전 공장에 청소기 라인을 새로 깔았다. 외부에서 사오는 부품도 엄격한 심사를 거치게 했다. LG전자는 3개월간의 노력 끝에 지난 3월 첫 자체 무선 청소기 시제품을 공개했다. 슬림한 디자인의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핸디형’과 밀면서 쓸 수 있는 ‘스틱형’을 합한 ‘투인원’ 제품이었다.

보기에는 괜찮았다. 그러나 청소기를 직접 집까지 가져가 써 본 조 사장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청소 성능이나 손에 쥐는 느낌(그립감) 등에서 개선할 점이 많다는 것이다. 언론에 사진까지 공개했지만 정식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개발팀은 그때부터 치열한 ‘업그레이드’ 작업에 매달렸다. 흡입력을 30% 이상 개선했고, 카펫을 청소할 때 청소기에 머리카락이 엉키는 현상을 막는 ‘안티 헤어’ 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전후좌우로 좀 더 쉽게 이동하게 할 수 있도록 기능을 더했고, 그립감을 좋게 하는 과정에서 개발한 손가락 걸이는 아예 새로운 특허까지 출원했다. 청소기를 세계 15개국으로 보내 실제 가정에서 써 보게도 했다.

조 사장으로부터 ‘오케이’ 사인이 나온 것은 7월 말. 제품이 나온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에야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무게는 2.8㎏밖에 안 되지만 70분간 연속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공들인 청소기지만 LG전자는 TV 광고 등 별다른 마케팅은 하지 않고 있다. 구전 마케팅 이상의 마케팅이 없다는 믿음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써 본 소비자들이 감동하는 것 이상의 마케팅은 없다는 게 조 사장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