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입법장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3선 중진인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이 서울종합예술학교(SAC)의 입법로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신학용 의원의 개인 대여금고에서 억대 현금이 발견돼 또 다른 입법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신 의원이 작년 9월 출판기념회 때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입법로비를 받은 정황을 잡고, 해당 단체를 지난 14일 압수수색까지 벌인 상황이다. 연휴와 교황 방한에 묻혀 부각되지 않았을 뿐, 결코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새누리당의 박상은, 조현룡 의원도 출처가 불분명한 수억원대 돈다발이 적발돼 역시 검찰이 수사 중이다. 드러난 금액은 야당의원들보다 훨씬 많다. 이들은 각기 해운, 철도 관련업계에서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의혹들이 모두 사실로 입증된다면 여야 의원 5명이 무더기로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판이다. 야당에선 표적수사, 물타기수사라고 주장하지만 뇌물입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결코 간단한 범죄가 아니다.

국회의원의 타락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입법권을 이용한 뇌물수수는 다른 어떤 비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다. 국회법 24조에 따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 국회의원들이 특정집단의 입법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특정집단의 이익은 곧 다수 국민의 손실로 돌아온다. 2010년 청목회 사건의 기억이 생생한데, 국회에 ‘셀프개혁’을 맡겨놓으니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입법장사가 과연 이들뿐이겠느냐는 점이다. 19대 국회 들어 2년 만에 1만249건의 의원입법안이 쏟아졌다. 18대 4년간 발의건수(1만3913건)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의원입법안 속에 얼마나 많은 뇌물입법이 숨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검증 및 제동장치가 없는 의원들의 입법권이 곧 입법장사의 밑천이 되는 것이다. 검증절차가 실종된 의원입법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프랑스에선 국민생활에 직결되는 법안은 의원 발의를 금지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