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식탁의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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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최근 일본 가정에서 인기를 끄는 메뉴는 뜻밖에도 이탈리아의 바냐 카우다라고 한다. 안초비와 마늘을 올리브오일에 넣고 뭉근하게 끓인 소스인데, 스위스 퐁듀처럼 채소나 빵을 찍어먹는 것이다. 가난한 이탈리아 농부들이 최소한의 식재료로 만들어 먹던 서민음식이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니, 그야말로 ‘식탁의 세계화’를 실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세네갈 갈치나 스코틀랜드 고등어는 이미 익숙해졌다. 아프리카의 모리타니 문어와 아르헨티나 홍어, 칠레 사막 포도, 키르기스스탄 호두 등 전 세계의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상고온 등 기후의 영향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역장벽이 깨지고 관세가 낮아지면서 값이 내린 덕분이다. 식생활 서구화로 새로운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
세계의 식탁이 모두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기원전 7세기부터 메소포타미아에서 재배되던 야생 밀은 서아시아와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전해진 뒤 글로벌 분식요리로 재탄생했다. 쌀은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나지만, 미국이 세계 수출의 11%를 담당하고 브라질이 수입의 3%를 차지할 정도의 글로벌 식량이 됐다. 품종개량으로 서로의 입맛까지 건드린 결과다.
구슬같이 노란 수수라는 뜻의 옥(玉)수수도 그렇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곡물과 가축을 선택적으로 골라 교배하며 사람에게 맞게 ‘진화’시켜 왔다. 전문가들이 순화(domestication)라고 부르는 과정인데, 삼국시대 콩과 조선 콩의 크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학자들은 세계인들의 식품이 밀, 쌀, 콩, 옥수수, 소고기 등에 편중되고 있다며 그 바람에 식량안보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하지만 다른 견해도 많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고유 식재료보다 밀과 감자를 더 많이 먹고, 태평양 섬 주민들이 지방의 원천인 코코넛 대신 육류를 찾는 게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양가 높고 건강에 좋은 음식의 수요가 늘어나는 건 어느 곳에서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몸과 땅이 하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도 냉장시설이 없고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나 통하던 얘기다. 한국인의 식탁이 이렇게 풍성해진 것도 음식의 세계화 덕분이다. 먹을 것을 주고받는 교역국 사이에서는 전쟁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서로에게 좋은 것을 유리한 조건에 제공함으로써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 세계인의 식탁은 그렇게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세네갈 갈치나 스코틀랜드 고등어는 이미 익숙해졌다. 아프리카의 모리타니 문어와 아르헨티나 홍어, 칠레 사막 포도, 키르기스스탄 호두 등 전 세계의 식품이 우리 식탁에 오르고 있다. 이상고온 등 기후의 영향과 함께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역장벽이 깨지고 관세가 낮아지면서 값이 내린 덕분이다. 식생활 서구화로 새로운 수요가 늘어난 것도 작용했다.
세계의 식탁이 모두 이런 흐름을 타고 있다. 기원전 7세기부터 메소포타미아에서 재배되던 야생 밀은 서아시아와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에 전해진 뒤 글로벌 분식요리로 재탄생했다. 쌀은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나지만, 미국이 세계 수출의 11%를 담당하고 브라질이 수입의 3%를 차지할 정도의 글로벌 식량이 됐다. 품종개량으로 서로의 입맛까지 건드린 결과다.
구슬같이 노란 수수라는 뜻의 옥(玉)수수도 그렇다. 인류는 수천년 동안 곡물과 가축을 선택적으로 골라 교배하며 사람에게 맞게 ‘진화’시켜 왔다. 전문가들이 순화(domestication)라고 부르는 과정인데, 삼국시대 콩과 조선 콩의 크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떤 학자들은 세계인들의 식품이 밀, 쌀, 콩, 옥수수, 소고기 등에 편중되고 있다며 그 바람에 식량안보 위험이 높아졌다고 지적하지만 다른 견해도 많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고유 식재료보다 밀과 감자를 더 많이 먹고, 태평양 섬 주민들이 지방의 원천인 코코넛 대신 육류를 찾는 게 반드시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영양가 높고 건강에 좋은 음식의 수요가 늘어나는 건 어느 곳에서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몸과 땅이 하나라는 신토불이(身土不二)도 냉장시설이 없고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나 통하던 얘기다. 한국인의 식탁이 이렇게 풍성해진 것도 음식의 세계화 덕분이다. 먹을 것을 주고받는 교역국 사이에서는 전쟁도 잘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서로에게 좋은 것을 유리한 조건에 제공함으로써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 세계인의 식탁은 그렇게 더 풍요로워지고 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