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이면 미국 와이오밍주의 휴양지인 잭슨홀(Jackson Hole)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시선이 집중된다. 미 중앙은행(Fed) 의장 등 유력인사들이 이곳 ‘잭슨홀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논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한은이 17일 밝힌 총재 일정에 따르면 오는 21~23일 잭슨홀 회의에 이 총재는 불참한다. 대신 조사국 담당인 서영경 부총재보가 참석할 예정이다.

일부에선 뜻밖이란 반응을 보인다. 김중수 전 총재는 재임기간(2010~2013년) 4년간 잭슨홀 회의에 한 번도 빠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잭슨홀 회의는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1982년부터 개최한 일종의 학술대회다. 이번 회의는 오는 10월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끝난 이후의 통화정책방향을 가늠할 기회로 꼽힌다.

논란 조짐이 일자 한은 관계자는 “이번 회의 주제는 통화정책이 아닌 고용이라서 굳이 총재가 갈 필요는 없다”며 “발표를 맡은 미국과 일본, 유럽중앙은행(ECB)을 제외하면 다른 중앙은행 총재들도 거의 불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 결정이 두드러지는 것은 전임 총재 때문이기도 하다. ‘글로벌 중앙은행’을 지향했던 김 전 총재는 국제회의에 적극 참석해 한은 위상 높이기에 신경 썼다. 잭슨홀 회의에 총재로서 연례적으로 참석한 것도 김 총재 때였다.

지난 4월 취임한 이 총재는 김 전 총재보다 해외출장을 눈에 띄게 줄였다. 내실을 다지는 것은 좋지만 글로벌 흐름에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