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공공관리제 모범지역으로 내세우는 한남뉴타운 3구역 조합은 전기세를 못 내 이달 말께 전기 공급이 끊길 처지다. 서울시에서 빌린 운영자금 20억원은 바닥난 지 오래다. 조합 직원들은 6개월째 월급을 못 받고 있다. 또 다른 공공관리 시범구역인 서울 성수동 전략정비구역에선 네 개 구역 모두 4년째 조합을 설립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해 추진위원회 설립 단계에서 사업이 사실상 멈춰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중단 '속출'
지방자치단체가 시공사 선정 등 정비사업 주요 단계에 개입하는 제도인 공공관리제에 발목이 잡혀 재개발·재건축이 중단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이 시공사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공사 선정을 사업 막바지 단계(사업시행인가 이후)에 하도록 하고 있다. 대신 사업자금 조달 길이 막히지 않도록 서울시가 필요한 자금을 융자해주고 있다. 그러나 재원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마저도 제때 지원되지 않아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서울시가 2010년 7월 공공관리제를 시행한 이후 적용 대상 563개 단지 중 시공사를 선정한 곳은 2.1%인 12개 단지에 불과하다. 한남뉴타운 3구역처럼 올 들어 서울시가 빌려주는 운영자금이 바닥나거나 융자를 못 받아 사업을 중단한 조합만 50여곳에 달한다. 2010년 51개였던 조합설립 인가 건수는 이후 연 11~20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주택진흥실장은 “서울시가 공공관리제 외에도 용적률 규제, 과도한 기부채납 등을 고수하고 있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졌다”며 “서울에서 아파트 공급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파행을 겪고 있어 앞으로 공급 부족에 따른 전세난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태락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원하는 곳만 공공관리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이현일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