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 경영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대기업 성장주(株) 찾기에 시장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뛰어난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많이 보유한 대기업의 몸값은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향후 상장 절차를 밟을 수 있어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1년 하반기 이후로 중소형주가 대형주 수익률을 웃도는 주가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도 중소형주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증가한 반면 대형주의 매출은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주의 성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중론이다.

KDB대우증권 박승영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그러나 "대기업들은 계속 성장을 준비해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 성장이 대부분 비상장 계열사로 집중돼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표하는 기업집단별 자산, 자본, 매출, 순이익 추이를 살펴본 결과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CJ 등 대기업그룹 6곳의 자산과 자본, 매출액 모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

박 연구원은 "이를 상장과 비상장으로 구분해 보면 대기업들이 그간 성장성을 숨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금을 기준으로 올해 4월 기준 5대 대기업들 계열사 가운데 기업공개를 한 기업의 비율은 64.2%인데 절반 이상인 35.8%가 비상장 기업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등에 따르면 실제로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의 성장성은 계속 제고되고 있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비상장 계열사들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말 4.7%에서 2013년 말 11.7%로 눈에 띄게 상승했다. 자본총계도 7.9%에서 21.3%로, 매출액은 8.9%에서 16.2%로 뛰었다. 순이익은 8.4%에서 11.2%로 높아졌다.

박 연구원은 "이는 2012년 삼성전자에서 분리된 삼성디스플레이의 영향이 크지만,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외하고도 에스엠피(의약품 제외 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의약품), 삼성웰스토리(음식점, 주점) 등이 계열사에 추가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비상장 계열사를 충분히 성장시킨 뒤 안전하게 증시 입성을 시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내부 유보금이 늘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기업을 공개해야 할 유인이 많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기업 오너들이 상장된 기업의 지분을 보유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보다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 그 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인 시대"라고 덧붙였다.

대기업들 가운데 기업을 공개한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롯데그룹(15.1%)이다.

반면 가장 높은 곳은 LG그룹(90.9%)이며 삼성그룹, SK그룹, 현대차그룹 등은 비상장 공개비율이 60%대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