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챔피언십 2연패…"각종 순위보다 우승 욕심…에비앙서 이루고 싶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LPGA 챔피언십에서 2연패에 성공한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지난주 연장전 패배의 아쉬움이 우승의 발판이 되었다며 기뻐했다.

박인비는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를 마치고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늘 내내 편하게 치다가 연장전에 가면서 우승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니 긴장됐지만, 지난주(마이어 클래식) 경험이 있으니 잘 될 거라 믿고 쳤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브리트니 린시컴(미국)에게 한 타 뒤진 채 시작한 이날 4라운드에서 박인비는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린시컴과 연장전에 돌입, 첫 번째 연장전에서 승리해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초반에는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으나 17번홀(파4) 버디로 한 타 차로 추격했고, 18번홀(파4)에서는 만만치 않은 파 퍼트를 집어넣으며 연장 승부의 발판을 놨다.

박인비는 "어제와 오늘 샷과 퍼트가 2%씩 부족했는데 17, 18번홀에서 중요한 퍼트를 성공한 것이 컸다.

짧은 퍼트 실수도 여기서 다 만회해 연장전에서도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4라운드에서 린시컴의 바로 앞 조에서 먼저 경기를 마친 그는 "스코어카드 제출하는 곳에서 화면을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결과를 짐작했다"며 웃었다.

연장전에서는 큰 경기와 연장 승부를 많이 겪은 박인비의 경험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카트리나 매슈(스코틀랜드)를 연장전에서 꺾었고, 지난주 마이어 클래식에서도 지긴 했지만 이미림(24·우리투자증권)과 연장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박인비는 "최근 우승 가시권에 많이 있었고, 지난주에도 연장전을 해봐서 오늘도 마치 연장전이 '마지막 라운드'를 치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린시컴은 우승 상황에 많이 놓인 선수는 아니었기에 연장전에서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면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회에서 2003∼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 9년 만에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로 이름을 올린 그는 LPGA 투어에서 처음으로 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는 기쁨도 누렸다.

박인비는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우승은 처음 하게 돼 무척 새롭고, 메이저대회에서 이룰 수 있어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최근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아쉽게 놓치고, 마이어 클래식에서 연장전 끝에 준우승하는 등 우승 문턱을 넘지 못하던 그는 퍼트를 우승의 열쇠로 꼽았다.

그는 "최근 대회들과 이번 대회는 결정적인 퍼트의 성공 여부에서 차이가 났다"면서 "상반기보다 제 퍼트가 좋아진 건 분명하다"고 자평했다.

올해 3개 대회에서 이어진 미국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연승 기록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도 박인비의 우승은 의미가 크다.

그는 "이번 주 미국에서는 '아메리칸 슬램'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던 게 사실인데 이제 그 흐름이 끊겼다"면서 "한국 선수들의 상승세가 올라온 것 같다"며 기뻐했다.

올 시즌 남은 대회에서 박인비는 세계랭킹이나 LPGA 투어의 각종 타이틀보다도 우승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타이틀은 웬만한 건 다해봤으니 우승을 더 하고 나의 골프가 더 나아져 단단해지는 모습을 보는 게 바람"이라면서 특히 "에비앙 챔피언십은 제가 2012년에 우승하는 등 특별한 추억이 많은 대회라 우승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이어 "세계랭킹 1위는 제가 있었던 자리인 만큼 이른 시일 내에 되찾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정상 탈환의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결혼 날짜를 10월 13일로 잡고 대회장에서 동료에게 청첩장도 돌렸다는 그는 "결혼을 두 달가량 앞두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해 더 기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한 결혼식이 될 것"이라며 설레는 마음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song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