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공염불된 출판기념회 개선 약속
입법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7일 국회 정론관에서 카메라 앞에 섰다. 검찰 측의 일방적 피의사실 공표로 국회의원으로서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다며 국민께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리겠다고 했다. 신 의원은 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들로부터 받아 개인 대여금고에 보관했던 돈은 ‘출판기념회 축하금’ 명목이라며 “국민들도 ‘(국회의원) 자식들, 돈 많이 받아먹는다’고 생각은 하겠지만 받은 것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은 안 할 게 아니냐”고 해명했다.

정치인의 출판기념회가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및 불법 로비 창구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행법에서는 출판기념회가 경조사로 분류돼 모금 한도는커녕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고 의무조차 없다. 이렇다 보니 출판기념회를 통한 로비는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번 입법로비 사건도 검찰이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이사장의 교비 횡령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단초가 드러났다.

여야는 이미 올해 초 앞다퉈 제도 개선책을 내놨다. 교육부 장관으로 옮긴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2월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횟수 제한(4년 임기 중 2회)과 국정감사, 정기국회, 선거 기간 중 출판기념회 금지를 골자로 한 ‘출판기념회 준칙안’을 제시했다. 김한길 전 새정치연합 대표도 비슷한 시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출판기념회 비용과 수익을 정치자금법에 준하여 선관위에 신고하고 관리 감독을 받게 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이 같은 여야 대표의 대국민 약속은 한 달도 채 안돼 헌신짝이 됐다. 6·4지방선거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책값을 두둑이 챙겨 눈총을 받기도 했다.

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출판기념회를 통한 출판 축하금이 대가성 로비자금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물론 지금까지 출판기념회 축하금을 불법 로비자금으로 간주해 처벌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반 국민의 판단은 이미 내려져 있다.

이호기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