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무원 연금개혁, 특혜는 없어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이 도마에 올랐다. 3개 직역연금이 현재와 같은 재정문제를 안게 된 것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지속적인 금리하락 등의 요인이 가중시킨 측면이 있지만 저부담·고급여 구조가 근본원인이다. 2013년 한 해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해 투입된 국고보전은 약 2조원이고 군인연금도 1조3000억원이 넘었다. 앞으로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커질 전망이어서 개혁이 불가피하다.

공무원연금 등의 제도 개선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지만 개혁 강도와 방법에는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급여수준이 크게 낮은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는 국민은 공무원 등에 대한 특혜를 용납할 수 없고, 적자를 국민의 혈세로 메우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비상시에는 보통 이상의 책무를, 평상시에도 공직자로서의 강한 청렴함을 요구하면서, 임용 시 법으로 정해져 있는 근로조건을 일방적으로 악화시키고 철밥통 운운하는 현실에 공무원도 억울한 심정일 것이다.

지난 세 차례의 연금개혁이 다소 미흡했다는 비판은 있지만 재정적으로는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제고하고 연금구조도 국민연금과 비슷한 형태로 바꿔 왔다. 이번에 네 번째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진다면 그동안의 개혁방향을 완성하는 것이 돼야 할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을 당장 폐지하고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것이 단순하고 명쾌한 방안이지만, 국민연금 기금으로 공무원연금 적자를 메우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 현 시점에서는 공무원연금 등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구조로 전환하되 현재와 같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통합에 따른 문제점을 피하면서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책이다. 공무원연금은 민간 근로자의 퇴직금 성격도 일부 있어 국민연금과 평면적인 비교가 힘들기 때문에, 국민연금과 동일한 급여수준으로 공무원연금도 조정하되 퇴직금은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 때 신규 공무원에게만 이뤄졌던 65세 연금수급개시연령과 유족연금 인하를 재직 공무원에게도 적용해야 한다. 비교대상이 되는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이 2007년 법 개정으로 2028년을 목표로 인하되고 있으므로 공무원연금도 이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정작 어려운 과제는 연금보험료 조정이다. 공무원연금 보험료는 14% 수준이어서 국민연금의 9%보다 훨씬 높다. 연금급여를 국민연금과 동일하게 하면 연금보험료도 동일하게 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만, 연금보험료를 인하하면 재정수입이 감소돼 감소분만큼 공무원연금에 대한 국고보전이 더 늘어나야 한다. 많은 사람이 공무원연금 등이 개혁되면 당장 국고보전이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지난 50여년 누적된 연금충당부채의 상환을 위해서는 상당기간 국고보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현재의 공무원연금 보험료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인상하되, 국민연금보다 더 납입하는 보험료의 원리금 합계만큼 퇴직 시 연금으로 부가해 지급하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관철하면서 연금재정은 현재보다 악화하지 않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그리스와 같은 재정 파탄국에서는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을 과감하게 삭감하기도 하지만 재정신뢰가 있는 한국에서 그렇게 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국민감정과 연금부채 상환에 따른 국가 재정부담을 낮추기 위해 소비자물가에 연동되는 연금액 인상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방안은 검토 가능할 것이다. 공무원연금 등의 개혁은 아무리 급하다 해도 감정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되고 국가미래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신중하면서도 지속가능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김용하 < 순천향대 경제학 교수·한국연금학회장 yongha01@sch.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