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소통의 조건
황창규 KT 회장은 삼성전자 시절 칭찬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직언을 해주는 사람보다는 듣기 좋은 소리만 하고 가능한 한 반대 의견은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필자도 최근에는 진정한 소통을 할 기회보다 다수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는 일들이 더 많아지고, 그런 일방통행적인 의사전달을 통해 내 생각이 모두에게 정확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통상 지위가 올라갈수록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주관적인 판단을 하기 쉬우며, 자신의 관점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일단 자기 방어적인 생각부터 하면서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기 싫어하게 된다.

소통을 할 때는 먼저 상대 입장으로 관점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안을 볼 줄 알아야 가슴을 열어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정한 대화를 하려면 “다른 이들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도 들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서로 간의 환경과 입장이 달라서 갈등이 발생할 때는 상대의 입장과 스스로의 입장을 객관화해야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고 상대의 생각을 공감할 능력이 생기는데, 여기서 가장 어려운 일이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일인 것 같다. 오죽했으면 소크라테스의 인생의 지표가 ‘너 자신을 알라’였겠는가? 자신의 잘못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모든 갈등은 쉽게 풀린다.

현대인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가정이나 사회나 진정한 소통을 하지 못해 생기는 갈등에서 비롯된다. 오늘부터라도 내가 먼저 나를 객관적으로 통찰해 보는 연습을 해보자. 17세기 스페인의 대철학자이자 예수회 신부, 생활철학의 대가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세상을 보는 지혜’라는 책에서 “어리석음을 방지하는 최고의 만병통치약은 자신에 대한 통찰이다”라고 했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통찰할 수 있는 능력부터 키우는 것이 우선일 것 같다.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kimceo@swgrp.co.kr